[딜사이트 박성민 기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팔도의 성장 발목을 잡는 걸림돌이 될까. 일단 팔도는 제품 가격인상과 원재료 대량 구매를 통해 불확실한 상황에 대비했단 입장이지만, 시장은 전쟁 외에도 물류비와 흉작 등 시장 여건이 악화되고 있는 터라 실적이 크게 악화될 것으로 전망 중이다.

팔도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7679억원으로 전년 대비 4.2% 증가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556억원으로 27.0%나 급감했다. 이에 따라 영업이익률은 7.2%로 3.1%포인트 하락했다.

팔도는 2014년부터 매출 성장세를 지속해 왔다. 2014년(5253억원)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5.6%의 증가세를 기록하면서 완만한 상승 곡선을 그렸다. 영업이익률은 2018년 7.4%에서 ▲2019년 9.6% ▲2020년 10.4%까지 올라섰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격리 및 재택근무 증가로 면·스낵 판매가 늘어난 것이 호실적의 기반이 됐다.

반면 지난해 수익성이 악화된 것은 인건비 및 원재료 가격이 치솟은 영향이 컸다. 매출원가만 봐도 5200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10.7% 증가했고, 이에 따른 매출원가율도 67.7%로 3.9%포인트 상승했다.

문제는 국내뿐만 아니라 '캐시카우' 역할을 해왔던 러시아 법인들의 실적도 지난해 크게 악화됐단 점이다.

실제 라면 판매 법인인 도시락루스의 경우 2219억원의 매출을 올려 2020년 대비 7.2% 줄었고, 순이익은 335억원으로 같은 기간 8.2% 감소했다. 아울러 라면 생산 및 판매를 담당하는 KOYA 역시 이 기간 매출은 8.2% 감소한 806억원, 순이익은 마이너스(-) 4억원으로 보고서를 제출한 이래 처음으로 적자를 냈다.

팔도 관계자는 이에 대해 "국내와 마찬가지로 러시아 역시 원재료 등 고정비 부담이 상승한 탓에 수익성이 악화됐다"면서도 ""러시아 법인 KOYA의 순손실은 가결산 실적일 뿐, 실제로는 순이익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이어 "작년부터 국내에 이어 올해 러시아 역시 제품가격을 인상해 수익 방어에 들어간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가격인상을 통한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는 팔도의 전략에 대해 의문을 표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제 곡물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어서다.

시카고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밀 가격은 톤당 402.7달러로 지난해 평균인 258달러보다 56% 높았다. 나아가 4월 평균(391.84달러)과 비교해도 2.8% 올랐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 펜데믹에 따른 국제물류비 상승과 미국·아르헨티나 등 글로벌 곡창지대 흉작 등의 악재도 터진 상태라 가격인상 만으론 수익 방어가 힘들다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조상훈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라면과 스낵의 주요 원재료인 소맥뿐만 아니라 팜유, 포장재 등의 원가가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2분기부터 원가 부담이 심화될 것"이라며 "수익성 방어를 위해서는 추가적인 가격 인상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선화 KB증권 연구원도 "주요 원재료인 밀가루, 팜유, PP필름 및 물류비 가격 상승이 이어지면서 원가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며 "2분기부터는 글로벌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보수적인 수익 추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팔도 관계자는 "원부자재 가격 인상을 예상하고 비축량을 6개월 이상으로 늘려 났다. 불확실성이 이어지더라도 무작정 가격을 올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서 감내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며 "포트폴리오 다각화에도 나설 예정이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