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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운드리 전쟁 총정리
심두보 기자
2022.06.16 07:30:15
TSMC→ 만랩 찍은 고인물
삼성→ 현질로 아이템 장착 중
인텔→ 복귀 이벤트 참여
이 기사는 2022년 06월 02일 07시 02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출처=unsplash

[딜사이트 심두보 기자] 파운드리의 역사는 TSMC와 함께 시작했죠. 1987년 설립된 이 대만의 기업은 당시 이미 공고했던 반도체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칩 위탁 생산에만 전념하는 파운드리 사업을 전개했습니다.


삼성전자는 TSMC보다 훨씬 늦습니다. 2005년부터 파운드리 사업에 손을 댔지만, 사업 팀이 독자적인 사업부로 분리된 때는 2017년이죠.


2013년 파운드리에 진출했던 인텔은 2018년 생산 문제로 철수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2년 만인 2020년 다시 파운드리 사업을 재개했습니다.


선단공정을 놓고 벌이는 이 세 기업의 경쟁은 그 출발선이 다른 만큼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누가 우월하냐는 단순 비교보다는 역학관계에 따른 각 사의 과제가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게 더 합리적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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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경쟁구도를 파악하는 데에 있어 가장 먼저 파악해야 하는 것은 이들의 고객입니다. 고객을 위해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파운드리 사업의 본질이니까요.


출처=애플 홈페이지

◆빅테크 고객 쟁탈전


오랜 업력만큼 가장 화려한 고객 리스크를 보유한 곳은 TSMC입니다. 일단 애플이 있죠. TSMC는 2016년 삼성전자를 제치고 아이폰 AP인 A10 생산을 독점으로 따냈었죠. 그리고 2020년 선보인 PC용 칩인 M1 생산도 TSMC가 맡고 있습니다.


애플을 필두로 미국의 주요 팹리스는 선단공정에 있어 TSMC와 일하고 있습니다. 브로드컴, AMD, 미디어텍, 마벨 테크놀로지 등이 그들입니다.


그리고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에 치명적인 이벤트가 2022년 일어났습니다. 삼성전자의 주요 고객인 퀄컴과 엔비디아가 최첨단 칩의 위탁생산을 엔비디아에게 맡긴 거죠.


퀄컴은 4나노 스마트폰 AP 스냅드래곤8 1세대를 삼성전자에 맡겼습니다. 그러나 후속 제품인 스냅드래곤8 1세대 플러스(+)의 생산은 TSMC가 하게 됐죠. 올해 말 출시될 것으로 보이는 스냅드래곤 2세대 역시 TSMC의 공장에서 찍히게 됩니다.


엔비디아는 3월 열린 GTC 2022에서 H100 GPU를 TSMC를 통해 만들었다고 밝혔습니다. H100은 데이터센터에 쓰이는 GPU입니다. 그리고 소비자용 GPU인 지포스 RTX 40도 TSMC가 맡았습니다. RTX 30을 위탁 생산했던 삼성전자는 엔비디아라는 초우량 고객을 둔 TSMC와의 경쟁에서 밀리고 있는 거죠.


선단공정에 있어 핵심 고객의 이탈은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에게는 꽤 뼈아픈 일입니다. 그러나 업력의 차이를 이해한다면 이를 삼성전자의 실패로 이야기하긴 힘들죠.


갤럭시 AP를 기반으로 두고 파운드리 사업부는 차분히 고객사를 늘려가고 있습니다. 테슬라의 자율주행 칩 수주를 삼성전자가 따냈죠. 그리고 구글의 자체 칩인 텐서도 삼성전자의 공장에서 만들어집니다. 파운드리 사업의 고객 수는 100개를 돌파했으며, 5개년 구간 수주잔액은 전년도 파운드리 매출의 8배 규모입니다. TSMC보다 훨씬 늦게 출발한 파운드리 사업의 생태계가 점차 커지는 모양새입니다.


파운드리 시장에 재진입한 인텔은 퀄컴과 아마존을 고객으로 끌어들였습니다. 이제 막 고객 유치 경쟁을 시작한 인텔은 자체 CPU와 AP 생산 물량을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파운드리 사업의 안정성과 가능성을 확장해 줄 빅테크가 절실하죠.


출처=TSMC 홈페이지

◆고객이 만드는 진입장벽


칩의 난도가 올라갈수록 파운드리의 고객 리스트의 힘은 강력해집니다. 하나의 첨단 칩이 만들어지기 위해선 팹리스와 파운드리 간 유기적인 협력이 필수이기 때문이죠. 설계 단계부터 특정 파운드리에서 사용 가능한 설계 모듈을 활용해야 하며, 이에 따라 고객 생태계가 클수록 고객이 선택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다양해집니다. 생태계가 좁을수록 파운드리는 가격이나 조건을 고객에게 유리하게 제시해야 하며, 이는 더 작은 마진을 의미합니다.


마진이 작다는 것은 칩 생산공정을 세팅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데에 여력이 더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죠. 이는 고객의 불만족으로 연결되고, 고객의 이탈로 다시 이어집니다.


TSMC는 각종 연합체를 구축했습니다. IP얼라이언스, EDA얼라이언스, 디자인센터 얼라이언스, 클라우드 얼라이언스 등이 이에 해당하죠.


이 얼라이언스의 목적은 단순합니다. 고객이 서로의 지적재산권을 공유하도록 해 윈윈 효과를 이끌어낸다는 거죠. TSMC와 고객 10곳의 반도체 R&D 투자 규모는 두 종합반도체기업(IDM)의 투자의 합보다 많습니다. 여기서 이 두 곳은 삼성전자와 인텔을 의미하죠.


칩 개발이 고도화되면서 설계 단계부터 파운드리의 역할은 점차 증대되고 있습니다. TSMC나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에 물건을 맡기려면 초기 단계부터 협업해야 한다는 거죠. 그리고 고객과의 협업을 통해 얻게 된 노하우와 각종 IP는 다시 파운드리의 역량 강화로 이어집니다. 바꿔 말하면, 어떤 고객을 두고 있느냐가 경쟁력으로 직결되게 됩니다. 이 측면에서 봤을 때 이미 강한 TSMC는 새로운 빅테크를 생태계에 끌어올 때마다 더 강해집니다. 반대로 고객의 이탈은 치명적인 사건일 수밖에 없죠.


삼성전자가 퀄컴과 엔비디아를 TSMC에게 빼앗겼다는 뉴스가 칩 산업에서 끊임없이 회자되는 배경입니다.



◆미국 경쟁법의 파급효과


칩 부족 사태가 촉발한 국가 간 반도체 시설 확보 경쟁은 인텔의 파운드리 시장 재진입을 유도했습니다. 팹리스 산업을 장악했지만 칩 생산을 한국과 대만 등 아시아 국가에 의존했던 미국은 새로운 판을 짜기 시작했죠.


그 결괏값이 America Competes Act, 미국 경쟁법입니다. 이 법의 핵심은 미국 내 반도체 연구 지원 및 생산 보조에 520억 달러를 투입한다는 겁니다. 특히 공장 건설에 대해선 막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합니다. 미국 정부의 움직임에 TSMC와 삼성전자는 미국 공장 신축으로 화답하고 있죠.


인센티브의 힘으로 초기 자본 투하의 부담이 낮아진 인텔 역시 미국 내 200억 달러 규모의 공장을 지을 예정입니다. 인텔은 유럽에서 향후 10년 동안 800억 유로 규모의 시설을 구축할 계획이죠. 참고로 유럽도 미국처럼 칩 시설 확보를 위한 경쟁법을 만들어 두었습니다.


인텔은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하나의 주체인 미국 정부를 등에 업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미국 기업인 인텔은 외국에 본사를 둔 회사는 경쟁법의 지원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입장도 피력하고 있죠. 물론 TSMC와 삼성전자는 차등 없는 지원을 요구하고 있고요.


미국 정부의 목표는 자국 반도체 기업의 육성보단 제조 역량의 내재화인 만큼 TSMC나 삼성전자도 경쟁법의 상당한 수혜를 입을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미국 국적 기업인 인텔이 조금은 더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음도 염두에 두어야 하겠죠.


출처=ASML 홈페이지

◆미세화 + 패키징


TSMC와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미세화 공정 경쟁에 한창입니다. 이 두 기업은 3나노 기술 단계까지 도달했고, 이제 그 경쟁은 1나노로 진입하고 있습니다. 더 정밀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능력은 선단공정의 핵심이죠. 삼성전자는 자체 AP에, TSMC는 애플 M2에 이 기술을 활용하게 됩니다.


그런데 더 효율적인 성능을 위한 패키징 기술이 더욱더 중요해지고 있는데요. 종합적으로 봤을 때 TSMC가 이 분야에서 앞서는 것으로 평가받습니다. TSMC가 엔비디아의 H100 물량을 따냈던 배경으로 이 패키징 기술이 지목되고 있죠.


우리는 여기서 헤테로지니어스 인테그레이션, 즉 이종집적을 이해해야 합니다. 서로 다른 칩들의 연계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달성해 성능을 극도로 끌어올리는 거죠. 이종집적의 대표적 사례가 시스템온칩(SoC)이고요. 이 시스템온칩에는 CPU와 GPU, 램 등 여러 종류의 칩이 탑재됩니다.


애플과 엔비디아, AMD, 아마존, 테슬라 등등 빅테크와 반도체 기업은 자체 제품에 최적화되거나 고부가가치의 고성능 칩을 생산하기 위해 다양한 칩을 연계하고 있으며, 따라서 패키징 기술의 수준이 어느 파운드리를 선택하느냐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출처=Unsplash

◆고인물, 베테랑, 그리고 다크호스…블랙스완은 언제든 등장한다


변수는 많습니다.


미세공정, 패키징으로 대표되는 반도체 제작 능력이 있습니다. 이 변수에 있어서는 삼성전자와 TSMC는 대체불가능한 플레이어입니다. 인텔도 있지만, 그 추격전은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죠.


고객의 'Quality'와 'Quantity'는 TSMC가 압도적입니다. 빅테크는 선단공정의 적임자로 TSMC를 낙점했습니다. 한때 삼성전자는 애플과 엔비디아, 그리고 퀄컴 등을 충성 고객으로 두었지만, 더 이상은 아니게 됐죠. 삼성전자와 인텔은 소수의 빅테크 고객이라도 꽉 잡아두면서 동시에 미들급 고객 확보를 놓쳐서는 안 되는 상황에 처했습니다.


미국 정부의 강력한 칩 경쟁력 제고를 위한 드라이브는 인텔에게 가장 유효해 보이며, 동시에 선단공정의 최선두자인 다른 두 기업에게도 긍정적입니다.


지금 칩 개발과 제조 영역에 수백조 원이 투하되고 있습니다. 이는 압도적인 수요를 방증하죠. 그러나 언제나 그러했듯 수요는 사이클을 타기 마련이며, 지금의 칩 공급 부족 문제도 해결될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부가가치가 낮은 칩을 만드는 파운드리 기업부터 그 수익성이 감소하게 됩니다.


수주 이슈와 수율 문제는 물론 당장의 기업 가치와 연동됩니다만, 이 세 기업의 파운드리를 두고 펼쳐지는 격전은 더 먼 미래를 향하고 있습니다.


2010년으로 돌아가 봅시다. 당시 TSMC는 47.1%의 점유율을 기록했습니다. 그 뒤를 UMC와 글로벌파운드리, SMIC 등이 이었죠. 삼성전자는 10위였습니다. 인텔은 파운드리 사업을 전개하지도 않았습니다.


2022년 판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TSMC는 더 강력해졌고, 삼성전자는 여러 파운드리를 제치고 2위에 등극했습니다. 10년 사이 여러 파운드리 기업은 선단공정을 포기했으며, 그 빈자리를 인텔이 치고 들어오고 있습니다.


시장을 지키는 데에서 더 나아가 유일무이한 칩 메이커가 되고자 하는 TSMC와 공고한 생태계를 구축해 TSMC에 이어 확고한 두 번째 선택지가 되고자 하는 삼성전자, 그리고 미국 정부의 지원사격에 힘 입어 단박에 선단공정 플레이어가 되고자 하는 인텔.


우리는 수많은 전투를 바라봄과 동시에 전체 전장의 판세도 유념해 두어야 합니다. 삼성전자가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세계 1위에 오르겠다는 청사진은 시간이 주는 예측 불가능한 대형 변수를 고려한다면 꼭 불가능한 목표만은 아니니까요. 인텔의 오판으로 선단공정의 헤게모니를 놓쳤듯 지금 무너지지 않을 것 같은 TSMC도 균열을 경험할 수 있으며, 어디서 촉발될지 모를 거대한 지정학적 리스크가 인텔 파운드리의 퀀텀 점프라는 결과를 도출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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