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배지원 기자] 지난해 KDB산업은행은 보유중이던 2차전지 기업 더블유씨피(이하 'WCP')의 전환사채(CB) 매각 과정에서의 과실 논란으로 피소당한 가운데, 당시 원매자와의 본안 소송을 앞두고 있다. 조합이 CB를 보유했을 경우 얻게 되는 이익 기회를 박탈당한 데 대한 손해배상 소송인 셈이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산은은 지난해 WCP의 CB 800억원 규모의 매각을 추진하면서 원매자가 바뀌는 소동을 빚었다. 당초 산은은 이베스트투자증권이 설립한 투자조합과 CB 매도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계약금을 지급한 뒤 잔금을 앞두고 있던 과정에서 산은 프라이빗에쿼티(PE)실은 WCP가 우선매수권자 지정권 옵션을 행사할 것이라고 통지하면서 계약을 해지했다.

산은은 해당 CB에 대한 우선매수권을 기업이 아닌, 제3자를 지정하는 옵션이 있다는 점을 누락했다는 게 투자조합 측의 주장이다. 투자조합은 산은이 계약 당시 WCP의 우선매수권 행사 의사가 없음을 알렸을 뿐, 제3자에 지정할 수 있다는 옵션을 미리 고지하지도 않았고 밝혔다. 또, 입찰제안요청서(RFP)와 계약서 상에도 해당 사항이 빠져있어 지정권 행사와 관련해서는 산은의 과실이라고 지적했다.

WCP가 제3자로 지정한 키움캐피탈의 대표와 이를 중개한 기존 PE 대표 모두 산은 출신의 인사라는 점도 논란을 빚었다. 계약서 상에 없는 우선매수권 지정 옵션을 무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산은 출신 챙겨주기'라는 비판이 일었다. 현재 산은은 이베스트-BEV신기술조합 측과 본안 소송을 앞두고 있다.

우선매수권은 구주 등을 보유한 기존 투자자가 경영권에 위협이 되는 투자자에게 지분을 매각하는 등의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기업이 같은 투자 조건으로 우선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투자자가 보유한 CB에 대해 특수관계자도 아닌 타 투자사에게 구주 등을 인수할 수 있도록 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는 투자조합으로 CB가 거래된다는 점에서 동일한데도 우선매수권 지정 옵션을 사용한다는 점 자체로도 비판을 받을 수 있다"며 "결국 5% 이상 지분에 대한 소송문제가 남아있다는 점이 상장 예비심사에서도 걸림돌이 돼 산은이 피투자기업에 해를 입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이베스트-BEV신기술조합 측은 법원으로부터 산은의 WCP CB 처분 행위 금지 등이 골자인 조합측의 가처분 신청을 인용받았다.

하지만 가처분 인용 전에 산은이 보유 CB를 WCP가 지정한 키움캐피탈에 매각하면서 조합 측은 CB를 다시 돌려받기는 어렵게 됐다. 소송 결과에 따라 지분 소유주가 바뀌지는 않더라도 주요 지분 거래 과정에서 발생한 소송이기 때문에, WCP의 상장심사에도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