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의 올해 1분기 연결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978억원으로 전년동기(792억원)대비 149.82% 증가했다. 이는 한라가 최근 3년과 올해 기록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 중 최대 규모다. 2019년 말 791억원에서 2020년 919억원, 지난해 792억원을 기록하며 등락을 반복했기에 올해 1분기 수준의 증가폭을 기록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현금흐름도 대폭 개선됐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은 644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마이너스(-)656억원에서 개선됐다. 재무활동현금흐름도 지난해 -642억원에서 661억원으로 증가했다. 현금 및 현금성자산의 순증가는 1026억원이다.

재무활동현금흐름의 증가분 중 장기차입금이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점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한라는 올해 1분기 장기차입금으로 826억원을 조달했다. 이는 전년동기(494억원) 대비 67.1% 증가한 규모다.

반대로 단기차입금은 지난해 1분기 816억원에서 올해 5150만원으로 급감했다. 이마저도 이번 분기에 곧바로 상환하면서 1분기말 기준 단기차입금 잔액은 401억원으로 지난해 말(401억원)과 같았다. 전체 장기차입금은 2820억원에서 5795억원으로 105.48% 증가했다.

한라가 이처럼 1분기 들어 유동성을 눈에 띄게 강화한 것은 위축되고 있는 부동산 시장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관련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한라는 2019년 말 부채비율이 500%를 넘길 정도로 부채 부담이 컸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에서 비롯된 부동산 시장 호황으로 주택사업을 중심으로 수익성을 개선하고 일부 자산을 매각하며 재무 개선에 나섰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7월 경기도 여주의 세라지오CC를 매각한 것이다. 세라지오CC는 2020년 매출액 154억원, 영업이익 78억원으로 개선된 실적을 기록하던 골프장이다. 한라는 세라지오CC를 스톤브릿지자산운용·카카오VX 컨소시엄에 1530억원을 받고 매각했다. 이러한 노력이 이어지면서 지난해 말 부채비율은 265.25%까지 낮아졌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한라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증가한 것은 일부 자산을 처분하고 진행 중인 공사현장의 공사대금을 꾸준히 수령했기 때문"이라며 "과거 회사의 높은 부채비율과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지방을 중심으로 미분양이 증가한 것을 의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한라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은 2991억원으로 전년동기(3427억원) 대비 12.7%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143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262억원) 보다 45.3% 줄어들었다. 한라 관계자는 "서울대 시흥캠퍼스 연내 준공에 따른 배곧신도시 특성화타운 특수목적법인(SPC)의 매출 감소와 일시적인 착공 공백으로 실적이 감소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