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민승기 기자] 제약·바이오 업계 최대 행사 중 하나인 미국임상종양학회(ASCO)가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가운데 유한양행의 혁신 폐암신약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 관련 임상 중간 결과가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글로벌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를 비롯해 기존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들에 대한 내성이 발생했을 때 렉라자를 이용한 치료법이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재차 입증했다는 평가다. 현재 3세대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타그리소 내성이 발생했을 때 사용할 수 있는 치료제는 전무하다.

이번 ASCO에서는 2500개 이상의 최신 연구는 물론 다양한 논문들이 소개됐는데, 유한양행의 파트너사 얀센은 레이저티닙과 자사의 아미반타맙과의 병용요법 임상2상(코호트A)에 대한 중간 연구결과를 공개했다. 

타그리소, 백금기반 항암화학요법 등의 치료를 받았으나 암이 진행된 환자들을 대상으로 레이저티닙과 아미반타맙 병용요법 가능성을 살펴본 연구다. 1차 치료로 타그리소를 투약한 후 2차에서 백금기반 항암화학요법을 받은 표적치료군 50명과 이보다 더 많은 치료제에 노출됐던 다중치료군 56명을 평가했다.

연구결과 레이저티닙·아미반타맙 병용요법의 전체 반응률(ORR)은 33%였으며 임상적 이득률(CBR)은 58%로 60%에 가까웠다. 이는 더 이상 치료 방법이 없는 환자 10명 중 3.3명에게서 치료 효과가 있었다는 말이다.

3세대 치료신약인 타그리소 경험만 존재할 경우(1차 타그리소, 2차 백금계 화학요법) 20%대의 낮은 반응률을 보였지만 여전히 업계는 렉라자 병용요법이 타그리소 내성 극복을 위한 새 선택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상위 제약사의 한 연구소 담당자는 "타그리소 경험만 있는 환자의 경우 다소 낮은 반응률을 보였지만 더 이상 사용할 치료제가 없다는 것을 감안하면 10명 중 2~3명'이나' 생존할 수 있다는 사실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임상적 이득률은 60%에 가까웠다"며 "레이저티닙과 아미반타맙의 병용요법의 시너지를 재확인할 수 있는 데이터였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제약사 관계자는 "타그리소 내성 시장을 두고 다양한 치료제들이 개발되고 있다"며 "임상 디자인이 조금씩 차이가 나 단순 비교하긴 어렵지만 이들 역시 30~40% 수준의 반응률을 기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올 하반기께 공개될 단독 1차 치료제 임상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결국 레이저티닙은 타그리소의 1차 치료제 시장을 넘어서야 한다"면서 "하반기에 공개된 단독 1차 치료 목적 3상 데이터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레이저티닙 국내 임상을 담당하고 있는 세브란스병원 조병철 종양내과 교수 역시 "객관적 반응률은 지난번 데이터와 비슷한 수준으로 나와 미국 ASCO 현장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면서도 "이 데이터만으로는 미국 FDA 허가신청은 좀 어렵고, 임상3상을 추가로 진행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얀센은 이미 3~4개월 전부터 임상을 시작했는데 현재 100여명 등록이 완료됐다"며 "코로나 속에서도 빠른 속도로 환자모집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강조했다.

한편 ASCO는 매년 5~6월 연례 학회를 개최하는 전세계 암 관련 학회 중 가장 권위 있는 곳 중 하나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물론, 전 세계 바이오, 제약관련 업체들과 수만여명의 항암분야 전문가들이 대거 참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