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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집단 지정 앞두고 지배구조 개편 고심
한보라 기자
2022.06.14 08:11:18
⑤대부분 비상장사에 尹정부의 금산분리 완화 의사도 작용
이 기사는 2022년 06월 13일 08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말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만기 출소하면서 금융계열사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이 가운데 태광 금융계열의 핵심인 흥국생명과 흥국화재 CEO가 교체됐고 내부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지배구조법상 대주주 적격성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판단한데다 일부 금융계열사의 건전성 개선이 시급하다. 개혁과 변화의 필요성이 인정되면서도 급한 이슈를 해결해야 할 처지다. 이에 따라 팍스넷뉴스는 태광 금융계열사의 현주소와 미래를 짚어본다. 


[팍스넷뉴스 한보라 기자] 태광그룹의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 집단) 지정이 임박했다. 향후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기 위해 지주사를 발족하게 되면 금산분리 제도에 따라 금융계열사를 정리해야 한다. 다만 새 정부가 금산분리 규제 완화를 가시화하면서 '버티기'에 들어갈 가능성도 충분하다.


13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태광그룹 공정자산총액은 9조7930억원으로 전년대비 11.7% 증가했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기준(자산총액 10조원)에 거의 근접했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상호출자 금지를 비롯해 순환출자 금지, 채무보증 금지, 금융‧보험사 의결권 제한 등의 규제를 추가로 받게 된다. 아직 순환출자 고리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집단은 태광그룹(2개)을 비롯해 현대차그룹(4개), KG그룹(10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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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구조 정점에 오른 유사 지주사는 티알엔이다. 티알엔에 지배력이 집중된 건 공정거래법 개정안으로 '일감 몰아주기(사익편취)' 규제가 강화된 지난 2018년이다. 당시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시행령을 개정해 총수 일가 지분이 30% 이상인 상장 계열사를 사익편취 규제대상으로 삼았다. 비상장 계열사의 경우 규제 지분율은 20%로 보다 낮다.


이에 태광그룹은 시스템통합(SI) 계열사 구(舊) 티시스를 인적분할해 사익편취 규제를 피했다. 구 티시스는 계열사 전산 용역으로 현금 곳간이 넉넉한 계열사 중 하나였다. 이에 총수 일가 역시 구 티시스를 정점으로 태광산업 등 주력 계열사 지분을 대거 확보해 둔 상태였다.


태광그룹은 공정거래법의 타깃이 된 구 티시스를 비롯해 서한실업, 동림건설 등 총수 일가 소유 계열사 8곳을 티시스라는 사명으로 합쳤다. 이후 내부거래가 많은 사업부를 남겨둔 뒤 투자부문을 '티알엔'이라는 별도법인으로 떼어내 한국도서보급, 쇼핑엔티와 합병했다. 총수 일가가 보유한 티시스 지분은 태광산업에 무상 증여해 내부거래 가능성을 열어뒀다.


일련의 교통정리가 끝난 뒤 태광산업의 지배구조는 지주사 역할을 도맡은 티알엔을 중심으로 '총수 일가(41.84%)→티알엔(11.22%)→태광산업(46.33%)→티시스(1.19%)→티알엔'와 '총수 일가(41.84%)→티알엔(33.53%)→대한화섬(31.55%)→티시스(1.19%)→티알엔' 등 복수의 순환출자 고리를 형성했다. 이로써 사익편취 규제에서 벗어나는 동시에 총수 일가가 보유한 티시스 지분(14.49%)으로 직접 지배력을 유지하면서 지분 연결고리까지 강화했다.


당시 지배구조가 깔끔하게 정리된 만큼 정식 지주사 전환 작업 자체는 언제든 어렵지 않다. 변수로 작용한 건 금산분리 원칙이다. 금산분리는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이 서로의 업종을 지배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다. 만약 티알엔이 태광그룹의 정식 지주사로 전환되면 태광산업 등 비금융 계열사는 금산분리에 따라 금융계열사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금융계열사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비금융 계열사들이 매도한 지분을 총수 일가가 모두 매수해야 한다.


이 경우 총수 일가가 태광산업이 보유한 흥국화재 지분(19.63%)만 매수한다고 가정해도 이날 종가 기준으로 약 465억원이 필요하다. 3세 승계에 앞서 여유자금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에서 금융계열사 지분에 비용을 들이기엔 무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아직 계열사 간 내부거래가 활발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금융계열사 통매각을 결정하기도 쉽지 않다.


이에 금산분리 완화방안이 가시화될 때까지 태광그룹이 지배구조를 바꾸지 않고 '버티기'에 들어갈 가능성에 힘이 실린다. 김주현 금융위원장 내정자는 지난 7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필요하다면 금산분리, 전업주의 등 기본원칙까지 보완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가장 긍정적인 시나리오는 과거 금산분리 완화방안으로 제시됐던 중간금융지주사 도입이 재개될 가능성이다. 중간금융지주사는 일반 지주사의 금융 자회사 보유를 허용하되 금융사가 3개 이상이거나 자산규모가 20조원 이상일 때 중간 지주사 설치를 강제하는 제도다. 과거 삼성 등 금융계열사를 보유한 기업집단의 구조조정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거론됐으나, 문재인 정부 첫 공정위 수장인 김상조 위원장이 제도 도입을 보류하겠다고 밝히면서 무산됐었다.


시장에서는 태광그룹이 향후 지주사를 발족하지 않고 버티기에 들어갈 때 감당해야 할 공정거래법 리스크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순환출자 금지 규정은 순환출자 고리를 최종적으로 완성한 출자회사가 보유한 지분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현재 태광그룹의 순환출자 고리를 완성하는 티시스가 보유하고 있는 티알엔의 지분은 1%대에 불과하다. 반면 금융계열사를 포기할 경우에는 사업 포트폴리오의 한 축이 사라지면서 자산규모 등이 크게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상장사가 아닌 경우에는 정부 입장에서도 순환출자, 사익편취 등 편법을 통한 지배력 행사를 문제 삼기 어렵다"며 "공정거래법에서 순환출자를 규제하는 것 역시 총수 일가의 꼼수 지배 때문에 소수의 주주들이 손실을 감내하는 부분 때문"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애널리스트는 "오너가 보유한 기업집단의 경우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은 승계"라며 "승계 작업에 어려움이 없다면 굳이 개편 카드를 꺼내 들 이유가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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