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강지수 기자] 검찰 출신 첫 금융감독원장이 탄생하자 금융권을 중심으로 우려와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국내 금융사들은 실무 경험이 없는 법조 출신 금감원장이 자칫 강한 규제를 바탕으로 금융권 옥죄기에 나설 것을 우려하고 있다. 비판이 확산되면서 정부와 여당은 새로 임명된 이복현 원장이 규제기관인 금감원의 '적법 절차'를 강화할 수 있는 적임자라는 점을 강조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양 측의 갈등은 고조되는 분위기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7일 부장검사 출신인 이복현 원장을 새 정부 초대 금감원장에 임명했다. 이 신임 원장은 부장검사 출신으로 지난 4월 민주당의 검수완박 입법 추진에 반발하면서 사표를 던졌던 인물이다. 검찰 출신의 법조인이 금융감독원장에 임명된 건 1999년 금융감독원 출범 이후 첫 사례다. 

검찰 출신 인물이 이례적으로 금융감독원장에 임명되자 업계 안팎에서는 윤석열 정부 요직에 검찰 출신들이 너무 많이 배치됐다며 '검찰 공화국'이라는 비판과 함께 금융권을 중심으로 규제가 강화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실제 이 원장은 취임 당일부터 라임·옵티머스 사건 재수사 가능성을 언급하는 취지의 발언을 하는 등 금융범죄 처벌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일각에선 최근 부활한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나 검찰 조직과 각종 금융범죄를 세밀하게 수사할 수 있는 공조 체계가 갖춰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감원의 감독과 관리 강화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강한 규제로 금융권 전반이 위축될 수 있다"며 "검찰 수사 방식대로 아래에서부터 훑고 올라가는 조사가 이루어진다면 금융사 실무진들의 부담이 커지고 결정권자들이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하는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 원장이 금융회사 근무 경험이 없는 비전문가라는 점도 우려를 증폭시키는 요인이다. 금융권 다른 한 관계자는 "경제학을 전공하고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갖고 있다고 이 원장을 금융 인력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그동안 이 원장이 맡았다고 밝힌 금융 관련 수사 중에서도 론스타 정도만 핵심 금융 사건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실무형 인사였다면 금감원 부원장직에 임명해야 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은 금감원이 규제기관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이 신임 원장이 그간 금감원장을 꿰찼던 관료 출신과 달리 검찰 출신인 만큼 적법절차를 수행하는데 적임자라며 비판과 우려를 일축하고 나섰다. 

윤 대통령도 전날 금감원장에 대해 "법을 다루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역량을 발휘하는데 아주 적절한 자리"라며 금감원이 규제기관으로 적법절차를 지켜야 한다고 밝혔다. 같은 날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또한 라임·옵티머스 사태를 꼬집으며 "공인회계사이자 금융전문 수사를 했던 이복현 전 검사를 금감원장에 임명한 이유"라고 언급했다.

한편 금감원 측은 이미 기존 감독 체계가 갖춰져 있는 만큼 새 수장 취임으로 규제가 이례적으로 강화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한 관계자는 "현 틀에서 감독 권한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체계 자체를 바꾸어야 한다"며 "새로운 금융감독원장도 당분간은 운영방식을 살피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