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성민 기자] 신세계L&B가 그룹 계열사와의 내부거래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마트 등 유통 계열사 덕에 고속 성장을 일궜지만 규제망이 촘촘해지면서 되레 발목이 잡힐 처지에 놓인 까닭이다.
신세계L&B는 지난해 그룹 계열사와 내부거래를 통해 84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총매출에서 42.3%에 해당하는 금액이며, 전년에 비해 16.6% 증가한 수치다.
사실 신세계L&B는 과거부터 높은 내부거래 비중 때문에 입방아에 올랐던 회사다. 설립 초창기만 해도 계열사와 거래로 매출의 90% 이상을 올리기도 했다. 와인 사업분야에 후발주자로 뛰어들다 보니 파이 확보를 위해 이마트와 이마트24, 이마트에브리데이, 신세계백화점 등 그룹 내 유통계열사를 십분 활용할 수밖에 없었던 까닭이다.
결과적으로 계열사와 거래로 신세계L&B는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매출만 봐도 2009년 52억원 규모였으나 지난해 2000억원으로 늘어났다. 신세계L&B의 이 같은 성장엔 모기업 이마트의 전폭적 지원이 큰 영향을 미쳤다. 작년만 해도 신세계L&B는 총매출의 35%에 해당하는 702억원을 이마트와 거래로 올렸다.
하지만 신세계L&B가 앞으로도 계열사의 일감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을지에 대해선 물음표가 붙는다. 작년 말 공정거래법이 개정되면서 내부거래 규제 범위가 확대된 까닭이다. 개정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총수일가 등 대주주가 지분 20% 이상을 보유한 기업과 해당 업체가 지분을 50% 이상 보유한 자회사의 경우 내부거래 규제대상에 포함된다.
신세계L&B의 최대주주인 이마트는 정용진 부회장과 이명희 회장이 각각 18.56%, 10.0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이마트는 신세계L&B의 지분 100%를 들고 있다. 내부거래 감독기준은 계열사와 상품·용역 거래액 연간 200억원 이상, 전체 매출에서 내부거래 비중 12% 이상, 정상가격과 거래조건의 차이 7% 이상 등이다. 이들 중 하나라도 해당되면 조사대상이 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신세계L&B는 내부거래 비중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고민 중이다. 먼저 그룹 외 대형마트, 편의점 등 거래처 영역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코스트코를 거래처로 확보했고, GS25, CU, 롯데마트, 보트벙커 등 입점점을 확대하면서 매출처 확대를 꾀하는 모습이다.
작년 취득한 제주소주 공장을 통해 사업다각화도 계획 중이다. 동남아에서 열풍이 풀고 있는 과일 소주를 출시하고 국내를 타겟으로 위스키 생산도 검토하고 있다. 신세계L&B 이를 통해 신규 시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 중이다.
신세계 L&B관계자는 "후발주자로 시장에 참가했기 때문에 사업초반 내부 거래 비중이 높았다. 외부 판매처를 확대하면서 내부거래 비중이 하락하고 있는 추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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