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설동협 기자] 삼성전기가 반도체 기판 사업 판키우기에 적극 나서면서, 이를 뒷받침할 만한 자금력에도 관심이 쏠린다. 시장에선 그간 삼성전기가 곳간을 비축해온 만큼, 투자 여력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10일 금융감독원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기의 올 1분기 자본적지출(CapEx)은 총 2342억원 가량이다. 전년 동기(2118억원)와 비교하면 10.5% 늘어난 규모다. 부문별로는 ▲컴포넌트 1026억원 ▲카메라모듈 113억원 ▲패키지기판 967억원 등이다. 

특히 올해 들어 패키지기판 부문에 대한 시설투자비가 대폭 증가한 모습이다. 지난해 1분기 기준 패키지기판 자본적지출은 333억원에 그친다. 1년새 약 3배가량 늘어난 셈이다. 

반면 컴포넌트 부문은 같은 기간 500억원 가량 시설투자비가 줄어든 상태다. 삼성전기가 컴포넌트 부문에 대한 투자비를 패키지기판쪽으로 몰아주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를 감안하면, 올해 삼성전기의 연간 시설투자는 패키지기판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삼성전기는 패키지기판 내 미래먹거리인 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FC-BGA) 생산캐파 확보에 향후 2년 간 약 1조3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한 상태다. 이는 단순 계산으로 연평균 6650억원 가량이 FC-BGA 생산캐파 확보에 지출된다는 뜻이다. 삼성전기 연간 자본적지출의 60~70% 가량이 패키지기판에 몰릴 공산이 있다는 것이다. 

관심은 투자 여력이다. 일각에서 삼성전기의 단기간에 걸친 대규모 투자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는 이유다. 

다만 삼성전기는 지난 몇 년간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시설투자에 비교적 소극적인 자세를 취해오며 내부 재정비에 집중해 왔다. 실제 코로나 발발 직전연도인 2018년의 경우 연간 자본적지출이 1조2521억원에 달했으나, 이듬해 부터 점점 줄어 지난해의 경우 1조원대 밑으로 내려 앉은 상태다. 시설투자비 지출을 줄이는 대신, 재무건전성 개선 작업에 힘을 써 온 셈이다.

삼성전기는 주로 빚 상환에 공을 들이면서 2조원대에 달했던 차입금을 지난해 1조원까지 줄여 놓은 상황이다. 그 결과, 지난해의 경우 최근 5년 내 처음으로 현금이 차입금을 상회하는 '순현금' 시대에 진입한 상태다. 이같은 추세는 올 1분기에도 이어진 모습이다. 삼성전기의 올 1분기 연결기준 현금유동자산은 1조3031억원, 총 차입금은 1조2760억원 수준이다. 현금성자산이 차입금을 웃돌고 있는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그동안 삼성전기가 내부 재정비를 통해 재무지표를 개선시켜 놓은 만큼, 패키지기판 대규모 투자에 큰 무리가 없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권성률 DB금융투자증권 연구원은 "현금성자산만 이미 1조가 넘는 상태고, 에비타(EBITDA, 현금창출력) 수준을 감안하면 현금흐름 자체는 계속적으로 플러스가 날 수 있는 환경"이라며 "FC-BGA에 1조원 이상을 투자한다고 해서 당해년도에 모두 투입되는 것도 아니고 몇 년에 걸쳐 분할 지출되기 때문에 자금이 부족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