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재민 기자] 제너시스BBQ(BBQ)와 bhc 간 '치킨 전쟁'의 판도가 흔들리고 있다. 2000억원 규모의 민사소송 1심에서 bhc 측이 일부 승소하며 어느 정도 우세를 점하는 듯 했으나, 박현종 회장이 형사 소송에서 실형을 선고 받으면서 BBQ의 물류∙식자재 계약 해지 행위에 정당성이 부여된 까닭이다.

서울동부지방법원 제11형사 단독 정원 부장판사는 박현종 bhc그룹 회장을 개인정보 보호법, 정보통신망법 등 위반 혐의로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박 회장이 bhc 정보보호 임원으로부터 BBQ 고위부서장 정보를 전달받아 회사 내부 전산망에 무단으로 접속한 혐의가 인정된 것이다.

시장에선 이번 형사 판결이 향후 양사의 민사소송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 중이다. 민사 소송의 핵심 쟁점인 bhc의 신의성실 의무 위반 여부가 이번 판결로 입증된 것으로 내다봐서다. 

양사의 분쟁은 2017년 BBQ가 bhc와 맺은 물류 및 식자재 공급 계약을 해지하면서 시작됐다. bhc가 BBQ계열사에 10년간 물류용역과 식자재를 공급한다는 내용의 계약이었다. BBQ는 해당 계약 이후 bhc가 신의성실 의무를 다하지 않아 지속적으로 영업비밀이 새어 나간다는 점을 행위의 근거로 들었고 bhc는 BBQ의 계약 해지가 부당하다고 반박, 피해 비용을 청구하는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진행된 양사의 민사 소송 1심에선 재판부가 bhc의 손을 들어줬다. BBQ가 물류 및 식자재 공급 계약 해지에 대한 정당성을 입증하는데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실제 BBQ는 지난해 있었던 상품공급 계약 해지 관련 재판 1심에서 bhc가 영업기밀 등에 무단으로 접근해 신뢰 관계를 파괴했다는 명확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관련 형사 판결이 없었던 탓에 회사의 피해 사실과 bhc의 신의성실 위반의 인과관계를 증명하기가 쉽지 않았던 까닭이다. 올해 2월 있었던 물류용역 계약 해지 관련 재판 1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에 재판부(서울중앙지방법원)는 BBQ의 계약 해지가 정당하지 않다고 판단, bhc에 각각 341억원, 179억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BBQ 관계자는 "지금까지의 민사 소송에서는 bhc의 신의성실 의무 위반 사실을 입증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며 "이번 형사 판결을 통해 향후 BBQ의 계약 해지가 정당한 행위였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조계의 시각도 다르지 않다. 이들 역시 박 회장의 실형이 향후 소송에서 bhc 측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A법무법인 변호사는 "모든 재판의 결과는 법원의 판단인 만큼 섣불리 예측하긴 어렵다"면서도 "박 회장의 실형 선고가 민사 소송의 핵심 쟁점과 맞닿아 있단 점을 고려하면 이번 형사 판결이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B법무법인 변호사 역시 "소송 결과는 지켜봐야 알겠지만 재판부도 해당 판결을 주의 깊게 살펴보지 않겠냐"며 "여태껏 소송을 유리하게 이끌었던 bhc 측 진술 등이 부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BHC 관계자는 "이번 판결이 향후 민사 소송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해선 공식적으로 드릴 수 있는 답변이 없다"면서도 "판결 자체를 납득하기는 어려운 만큼 즉각 항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BBQ와 bhc의 상품공급·물류용역 계약 민사 소송 변론 기일은 오는 8월 25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