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엄주연 기자] 일본 제조·유통 일괄(SPA) 브랜드인 유니클로가 가격 인상이란 변수에도 회복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일본에 이어 국내에서도 제품 가격이 인상되면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되면서 최근의 실적 개선 흐름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어서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유니클로 본사는 가을·겨울(FW) 상품 출시를 앞두고 가격 인상을 본격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 초부터 가격 인상을 검토한 만큼 하반기부터 가격인상분을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유니클로의 대표 상품 중 하나인 '후리스'와 '재킷' 등의 가격을 약 9300원씩 인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같은 가격 인상은 지난해 말부터 본격화된 원자재 가격 급등 때문이다. 면화 등 의류 원자재 가격이 전년 대비 60% 이상 상승하면서 인상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특히 유니클로와 같은 SPA 브랜드는 중저가의 옷을 대량으로 생산해 판매하는 만큼 일반 패션기업보다 원자재값 상승 영향을 크게 받는다.

이처럼 유니클로 본사가 가격 인상을 결정하자 국내 제품 가격 인상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에프알엘코리아 측은 국내 제품 가격 인상과 관련해서는 아직까지 정해진 건 없다는 입장이다. 해당 관계자는 "일본에서 제품 판매 가격이 인상된 것으로 알고 있지만 국내는 아직 결정된 게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러한 해명에도 업계에선 국내에서 판매하는 유니클로 제품 가격도 곧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유니클로가 전세계적으로 소싱하고 판매에 나서고 있는 만큼 각 나라별 환율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본사 가격에 맞춰 제품 가격을 책정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A 패션업체 관계자는 "SPA 브랜드는 대량으로 제품을 생산하기 때문에 다양한 품목을 다루는 일반 패션업체보다 원자재값 상승 영향을 크게 받는다"면서 "글로벌 소싱을 하고 있기 때문에 특정 지역만 가격이 오를 수 없는 시스템이다. 환율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국내 제품의 가격 인상도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아쉬운 건 유니클로의 가격 인상이 실적 회복의 변수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2004년 한국에 진출한 유니클로는 2019년 일본 제품 불매운동 여파로 인해 국내 매출이 급감했지만 리오프닝을 맞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실적을 살펴봐도 에프알엘코리아의 매출액은 5824억원으로 전년 대비 7.5%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529억원으로 지난해(-884억원)와 비교해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이처럼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가격 인상에 나설 경우 소비자들의 불만이 속출하면서 매출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앞서 유니클로는 2014년과 2015년 가을·겨울 시즌에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2년 연속 가격을 올렸다. 이에 국내에서도 일부 제품 가격을 인상했지만 소비자들이 외면하면서 결국 2016년 봄·여름부터 가격을 다시 인하했다.

이번 가격 인상과 관련해서도 일본 소비자들은 이미 실망감을 나타내고 있다. 가성비를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는 유니클로가 가격 인상 카드를 꺼내면서 일본은 물론 국내에서도 '가격 경쟁력'을 점차 잃어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에서 어렵게 이미지를 회복한 유니클로 입장에서 가격 인상이 두려운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B 패션업체 관계자는 "유니클로의 실적이 전년 대비 좋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아직까지도 완전한 회복세에 올랐다고 할 수 없다"면서 "리오프닝을 맞아 이제야 기지개를 켜는 중인데 가격 인상에 나서면 소비자들의 반발이 나오면서 회복세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