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수빈 기자] 유럽 출장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반도체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생산업체 ASML을 방문해 공급 확대를 논의했다. 이 부회장은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도 만나 EUV 장비 수급 협력을 요청하는 등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역량 강화를 위한 '반도체 동맹'에 힘을 쏟았다.

삼성전자는 14일(현지시간) 이 부회장이 네덜란드 에이트호번에 위치한 ASML 본사에 방문해 피터 베닝크 최고경영자(CEO), 마틴 반 덴 브링크 최고기술책임자(CTO) 등 경영진을 만나 양사 간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고 15일 밝혔다.

이 부회장과 ASML 경영진은 ▲미래 반도체 기술 트렌드 ▲반도체 시장 전망 ▲미세공정 구현에 필수적인 EUV 노광 장비의 원활한 수급 방안 ▲양사 중장기 사업 방향 등에 대해 폭넓게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이 ASML와의 협력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이 회사의 장비가 최첨단 파운드리 사업 확대에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ASML은 7나노미터 이하 초미세 공정 구현에 필수적인 EUV 장비를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산하고 있다.

문제는 ASML이 1년에 생산하는 EUV 장비가 약 40대뿐이라는 점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 파운드리 기업들은 이 장비를 확보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15개 가량의 EUV 장비를 확보하고 있으며 2025년까지 EUV 장비 100대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상태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은 ASML 본사와 더불어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 집무실에도 방문해 EUV 장비 확보에 나섰다. 이 부회장은 뤼터 총리에게 EUV 장비 수급과 관련한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역량 강화를 위한 협력 확대와 전세계 반도체 공급망 문제 해소 방안 등을 논의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파운드리 위기론'에 시달리는 삼성전자에 필요한 건 EUV 장비 확보"라면서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다음날인 15일(현지 시간)에는 벨기에 루벤에 위치한 유럽 최대 종합반도체 연구소 imec를 방문했다. imec에서 이 부회장은 루크 반 덴 호브 CEO와 만나 반도체 분야의 최신 기술과 연구개발 방향등을 논의했다.

삼성전자는 "ASML과 기술 협력을 강화하고 반도체 분야의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해 파운드리 분야 경쟁력을 키울 것"이라면서 "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초격차도 더욱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