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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정치
딜사이트 심두보 차장
2022.06.20 07:00:19
이례적 상황에는 이례적 대응이 필요하다
이 기사는 2022년 06월 17일 08시 06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Photo by Laura Ockel on Unsplash

[딜사이트 심두보 차장] 이 시대에 가장 중요한 단일 부품은 무엇일까? 답은 어렵지 않다. 반도체다. 그 중요성은 '산업의 쌀'이란 진부한 표현을 넘어섰다. 이젠 '산업의 식수'라고 부르는 편이 더 정확하겠다. 각국 정부는 마치 식수를 확보하는 것처럼 반도체 기술과 생산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서고 있으니까.


정부는 두 가지 경우에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나선다. 하나는 근간 산업이다. 도로와 항만 같은 인프라나 곡물과 석유와 같은 에너지가 하나의 범주를 이룬다. 이것들이 없는 사회에서 생존하기란 상상하기도 싫다. 또 다른 하나의 산업 그룹은 기술이다. 미래에 국가의 경제를 끌고 갈만한 기술은 자유경제의 가치가 어느 정도 훼손되더라도 그 부정적인 영향을 정부는 감내한다. 첨단 기술 하나가 국가의 경쟁력을 비약적으로 높인 사례를 우리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반도체는 두 범주 모두에 해당한다. 반도체가 들어가지 않은 기계장치는 찾아보기 힘들다. 개인과 기업, 정부 모두 반도체의 영향권 아래다. 반도체가 없다면? 자동차는 길 위에 멈출 거고, 공장은 제대로 가동되지 않을 거고, 정부의 각종 서비스는 먹통일 거다. 극단적인 가정이라고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전조가 모습을 드러내며 각국 정부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대비하기 시작했다.


미국을 보자. 반도체 산업의 절대 강자다. 그러나 하나의 약한 고리가 있다. 생산시설이다. 반도체 산업이 발전하면서 설계와 개발, 생산과 유통이 분업화됐다. 특히 최첨단 반도체의 생산은 TSMC와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가 도맡고 있다. 미국은 반도체 생산이 아시아에 몰려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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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기간 자동차 반도체 부족 사태가 발생하자 미국은 생산시설을 자국 내 확보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2021년 11월 미국 상무부는 글로벌 공급망 안정을 명분으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로부터 주요 정보를 제출받았다. 여기에는 TSMC와 삼성전자도 포함됐다. 이어 미국 의회는 미국 경쟁법(America Competes Act)를 추진하고 있다. 사실상 반도체 지원법이다. 핵심 골자는 미국 내 반도체 생산설비를 구축하려는 기업에 대한 지원책이다. 이에 대만의 TSMC와 한국의 삼성전자, 그리고 미국의 인텔이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밀어붙이고 있다.


유럽과 일본도 크게 움직이고 있다. 모두 반도체 지원법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거대 반도체 기업의 부재는 유럽의 아킬레스건이다. 유럽의 핵심 산업은 자동차와 항공, 그리고 방위산업이다. 반도체의 중요성을 다시 이야기할 필요도 없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2022년 2월 유럽반도체법(The European Chips Act)을 발표했다. 법의 골자는 이렇다. ①선단공정 기술에 투자하고 ②유럽 반도체 이니셔티브 출범과 EU 반도체 기금 조성을 통해 밸류체인 구축을 강화하고 ③반도체 공급망 이슈에 공동대응한다는 것이다. 이 법에 따른 지원 규모는 2030년까지 최대 430억 유로 내외로 전망된다.


과거 반도체 산업의 최강자 중 하나였지만, 지금은 그 존재감이 확연히 떨어진 일본도 재도약을 꿈꾸고 있다. 일본 정부는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80억 달러 규모의 기금을 마련하고, 이중 80%를 첨단 생산시설에 투입할 계획이다. 또 생산시설 설립 자금 중 최대 50%를 정부에서 지원한다는 로드맵도 그려놓았다.


그렇다면 한국은? 미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은 이미 수년 전부터 새롭게 짜이는 반도체 판에서 새로운 게임의 룰을 만들어나가고 있는 반면, 한국 정치권은 그 움직임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았었다. 메모리 반도체의 강자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그들의 시계를 가렸던 것일까? 아쉽지만 메모리 반도체는 어찌 됐건 시스템 반도체를 지원하는 하나의 반도체 제품군일 뿐이다. 지금까지 이 영역에서 훌륭한 성과를 내왔지만, 더 큰 부가가치는 시스템 반도체와 반도체 기술과 다른 산업 간 시너지에서 나온다. 삼성전자도 이를 너무도 잘 인식하고 있으며, 때문에 시스템 반도체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팹리스 생태계 구축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정부의 과감한 움직임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반도체를 한국의 대표 산업으로 유지하기 위해선 선택의 여지가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반도체 산업 육성을 최우선 어젠다로 잡은 것은 환영할 일이다. 대통령이 강하게 밀어붙이자 정부부처와 학계, 그리고 산업계에서도 긍정적인 반작용이 일어나고 있다.


갈등도 필연적으로 일어날 거다. 반도체 학과를 증원하겠다는 방침에 대해서도 수도권과 비수도권 대학의 형평성 문제가 금방 불거졌다. 대학 정원 확대가 반도체 인력 부족의 해법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관건은 시간이다. 반도체를 둔 국가 간 경쟁은 이례적이다. 전 세계적인 팬데믹과 자율주행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 이 두 가지가 수면 깊이 있던 반도체를 둔 냉혹한 역학관계를 그대로 드러나게 했다. 그리고 이례적인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선 이례적인 움직임이 있어야 한다. 여느 산업 육성법처럼 몇 년의 시간을 두고 장점과 단점을 일일이 검토할 수 없다. 또 모든 이해관계를 하나하나 청취할 수도 없다. 빠르게 시도하고 빠르게 적응하는 수밖에 없다. 글로벌 산업에 경제적 이해가 아닌 정치적 판단이 개입된 이상 한국도 강력한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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