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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에 인생을 건 여성, 배혜정 배혜정도가 대표
이현서, 박수혁 기자
2022.06.20 16:50:19
故 배상면 회장 딸...고급 막걸리 개척자, 막걸리의 '파이오니어'
이 기사는 2022년 06월 20일 16시 35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이현서, 박수혁 기자] "나를 버티게 한 힘의 원천은 '아버지.'"

배혜정(66) 배혜정도가 대표는 지난 23년간 주조업을 이끌어 온 버팀목이자 힘으로 '아버지'로 꼽았다. 

배 대표는 지난 14일 경기도 화성 배혜정도가 양조장에서 팍스넷뉴스 유튜브 채널 '에딧머니'와 단독 인터뷰를 갖고, CEO로서 지나온 삶과 부친이 남긴 정신적 유산, 앞으로의 계획 등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배 대표는 1998년 불혹의 나이 故 배상면 회장의 권유로 막걸리 사업에 입문했다. 그녀는 자신을 "고급 막걸리를 만들겠다는 생각을 갖고 20여 년째 고군분투하는 배혜정"이라고 소개한 뒤,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하루에도 열두 번이었지만 버티고 또 버틴 내 자신이 스스로도 참 대단하고 잘했다 싶다"고 덧붙였다. 후발주자로 뒤늦게 시장에 뛰어든 데다 취약한 자본력에 고급화로 승부를 걸어 오랜 기간 경영난에 시달리는 등 유독 힘든 시절을 지나온 그녀다. 현재 배혜정도가는 연간 40억 원 매출(2022년 예상)을 올리는 기업으로 성장했고, 지난 2017년엔 고급막걸리 시장을 개척한 공로로 산업포장을 수상하는 등 탁주부문의 선도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다음은 배 대표와의 일문일답.


-막걸리 시장의 성장이 가파르다. CNN이 최근 보도에서 '차세대 한류'라고 언급하기도 했는데. 체감하는 가.

▲그렇다. 격세지감을 느낀다.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젊은 사람들이 막걸리를 먹기 시작했다는 거다. 예전에는 젊은 사람들이 냄새나고 더부룩하다고 부정적인 생각을 해서 안 먹었다. 요즘은 막걸리 업체들도 굉장히 노력해서 고급화되고 맛도 아주 좋아졌다. 여기에 건강 트렌드도 있고 해서 막걸리가 발효식품이다 보니 시장이 커지는 거 같다. 덕분에 작년까지는 어려웠는데 최근 많이 개선됐다. 작년까지 20여 억 원 정도였다면 올해는 더블. 아무래도 유통시장에서 밀려서 (영업이익 부분에 적자가 있었는데) 힘들었는데, 온라인 판매가 늘어나고 가정용 수요가 늘면서 많이 개선됐다.


-2011년 출간된 저서 '막걸리 CEO 배혜정'을 보면 감당 못할 시련이 유독 많았던 것 같다.

▲아무것도 모르고 아버지만 믿고 사업을 시작하다 보니 정말 고생을 많이 했었는데. 사람이라는 게 고생만 하면 사실 그것만으로 버티기는 힘들다. 성취감이나 사업을 통해 자신이 느끼는 여러 가지, 가치관이 맞거나 이런 것들이 동반되면 어려움 속에서도 버티는 힘이 생긴다. 나는 특히 아버지 그리고 아버지의 교육이 있었던 게 컸다. 힘이 되어 주셨고 나도 잘 따랐다는 생각이 든다.


-힘들었을 때 구체적인 상황은?

▲진짜로 나는 힘든 일이 너무 많았다. 왜냐면 다른 사람들은 그냥 일반 페트병 막걸리를 해서 떨어지면 페트병 몇 병 갖다 주시오하면 되는 것을, 나는 고급 막걸리를 한다고 인프라가 제로인 우리나라에서 병을 만드느라 엄청나게 고생했다. 병을 만들려면 금형이 있어야 하는데 금형이 몇 억 몇 십억 단위기 때문에 그걸 들일 수도 없고, 주문량도 조금밖에 안되기 때문에 누가 만들어주겠는가. 남들이 갖다 버리는 거 천 만원, 이 천 만원 주고 사서 그걸 기술자를 찾아가서 억지로 변형하고, 그러다보니 나중에 문제점이 발견돼 일본 수출 제품 중 단종 한 것도 있다. 비단 병 뿐 아니라 신제품을 해마다 몇 개씩 냈는데 항상 새로운 기법을 가지고 하려고 하니 끝도 없이 찾아다녀야 하고 기술자 찾아가면서 요구사항 다 들어줘야 하고 돈은 돈 대로 몇 배로 들고 고생을 너무 많이 했다. 그런데 시장의 반응은 떨떠름했다. 왜냐면 너무 앞서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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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앞서 간' 제품은 어떤게 있는가.

▲'탁테일'이라는 게 있다. 과일막걸리인데 오방색으로 팩이 되게 예쁘다. 제품이 아직 서울 사무실엔 남아 있는데. 식구들이 다 같이 노력해서 이마트에 넣었는데 안 팔려서 퇴출당했다. 그게 과일 막걸리였는데 너무 일찍 나왔던 거다. 아마 지금 내놓으면 잘 팔릴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시도를 끝도 없이 했다.


-병 막걸리를 고집했던 이유는?

▲대개 살균주의 경우 장기 보관하려면 병이어야 한다. 회전이 굉장히 빨리 되는 제품은 페트병도 가능하지만 수출의 경우는 페트병은 열에 의해 변형이 되는 경우도 있고 해서 병이 유리하다. 또 병으로 먹어야 더 맛있는 술도 있다. 페트병으로 할 수 있는 건 페트병으로 판매하고 있다.


-그간 사업하면서 기뻤던 순간은?

▲나는 과거를 잘 잊어버리는 사람이다. 과거에 대해 기뻤거나 슬펐거나 그런 거에 대해 그렇게 생각을 하지 않는다. 기뻤던 거는 그래도 나를 인정해줄 때가 가장 기쁘지 않았겠나. 아버지께서 나를 위해서 사업을 하게 이끄셨는데 나는 만날 빌빌거리고 제대로 사업 못하니. 항상 마음에 짐이 있었다. 그런데 나중에 대통령상도 받고. 그때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나더라. 우곡생주 나왔을 때는 아버지 돌아가셨을 땐데. 우곡생주 나오고서는 그래도 사업 시켜놨더니 가문 망신은 안 시켰구나 이런 생각하시겠다고 생각했다.


-우곡생주가 가장 많이 팔리는가.

▲우곡생주는 대표상품이다. 많이 팔리기는 호랑이 생 막걸리 그 다음이 우곡생주다.


-막걸리 고급화에 모든 걸 걸었는데 배혜정도가에도 1500원대 제품이 있다.

▲딜레마다. 이 걸 없애고 싶은 마음도 굴뚝같다. 전혀 이득이 안 되고 손해가 난다. 그런데 소비자가 찾는다. 잘 팔리는 것만 팔수는 없는 거다. 소비자가 찾는 이상은 당분간 가야 한다. 소비자들은 막걸리 가격이 높은 것에 대해 저항감이 있다.


-부친께서는 가업을 두 아들(배중호 국순당 회장과 배영호 배상면주가 회장)에게만 잇게 할 생각이셨다. 어떻게 사업을 하게 됐는가.

▲남편이 현대건설 지점장이어서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있을 때 아버지가 사업 한 번 해봐라 권유해 들어오게 됐는데, 그때는 효소공장 즉 누룩공장을 받게 됐었다. 지금의 한국발효다. 당시 약주가 엄청나게 잘 팔리던 시절이었다. 백세주 같은 술. 그런데 아버지 꿈은 막걸리 고급화였다. 아버지는 막걸리 고급화를 하시고 싶었는데 우리 두 아들들이 잘 안하다보니까 나한테 권유하게 된 거다. 나는 또 일본에서 고급화에 대한 걸 많이 공부했기 때문에 얼마든지 막걸리도 고급화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아버지는 고급화해보라 해서 시작한 사업이 우여곡절 끝에 현재에 이르게 된 거다.


-국순당 딸로 편하게 사업한다는 시선은?

▲우리 아버지가 그런 건 절대 허용을 안했다. 아주 밑바닥부터 올라가야 한다 생각했던 분이다. 성격은 나도 아버지 닮은 거 같다. 도전정신이랄까. 물불 안 가리고 쳐들어가고. 해야 하겠다고 하면 즉시하고. 시행착오도 엄청 많이 하고. 남들 안 해도 되는 고생을 몇 배로 하고. 그게 당할 때는 엄청 아프다. 근데 나중에는 자산이 된다. 아들한테는 그렇게 하질 못 했지만. (아들이) 실무를 다 보고 있으니까 스스로 느끼지 않겠는가.


-아버지께서 제품 개발에 도움을 주셨나.

▲그렇다. 최초로 병 막걸리로 판매된 '부자'라는 술이 첫 제품인데 아버지가 아이디어를 주신 술이다. 옛날에 경성지방에 양반들이 먹던 합주라는 게 있었다. 밑에 주박하고 위에 정종이 합쳐진. 그러니까 원주의 개념인 합주를 하나 만드셔서 "네가 이걸 가지고 시작을 해봐라." 그때부터 시작이 됐다.


-우곡주는 아버지의 마지막 작품인가.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1~2년 전이었나. 항상 아버지 마음에는 어떤 짐이 있으셨다. 너도 사업해봐라 해서 시켰는데 만 날 고생만 하고 힘들어하니 아버지가 차별화된 제품을 하나 만들어주면 그래도 이끌어 나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계셨던 거 같다. 오곡주를 마지막 작품으로 저한테 주셨는데 그게 원주다. 도수가 너무 높고 뻑뻑한 술이다. 생주로 만들어 주셨기 때문에 장기보관이 안됐다. 그래서 굉장히 소극적으로 판매를 하다가 한참 후에 중소기업청 지원을 받아서 경희 대학교와 공동 연구해 세 달까지 장기로 냉장 보관할 수 있게 만들어 유통시켰다. 그리고 이후 우곡주를 계량해 우곡생주를 내놨다.


-아버지의 영향이 유독 컸던 거 같다.

▲그렇다. 나는 아버지를 제일 존경한다.


-어린 시절 아버지와의 추억 어떤 게 있는가.

▲왜 우리 아버지는 저렇게 힘들게 사실 생각했다. 항상 아버지가 일만 하셨으니까. 우리 집은 주택이고 옆에 실험실이 하나 있었다. 그 실험실에서 항상 현미경 보시고 뭔가 일을 하셨는데. 거기에 보조로 일을 해주는 분이 있었다. 그런데 만약 그 분이 일이 있어 좀 늦게 온다거나 하면 내가 가서 시험관이든 뭐든 닦아 드리곤 했다. 그런 생각이 나곤 한다. 그때가 중학교 1학년이나 그즈음 됐을 거 같다.


-막걸리를 처음 접한 건?

▲우리 어릴 때 양조장과 집은 세트였다. 양조장 있는 집에 살았기 때문에 고두밥을 식히곤 했는데, 먹고 사는 게 힘들던 때라 동네 아이들이 나를 불러서 좀 훔쳐오라고 하기도 했다. 또 발효실에 술독이, 어릴 적 기억이라 굉장히 많았던 거 같은데 발효실에 들어가면 술 냄새가 확 올라온다. 어두컴컴하고. 굉장히 향이 강렬하고 되게 좋았다. 거기서 숨바꼭질 많이 했다. 들어가면 야단맞지만 술을 퍼다 창고에 들어가서 애들하고 다 퍼먹고 곯아 떨어져서 나중에 혼나고 했다. 그때는 포항 국민학교 때였다.


-자양분이 된 아버지의 말씀이 있다면?

▲내가 의기소침해 있을 때 아버지가 나를 부르셔서는 어려울 때 얘기 많이 해주셨다. 너무 많다. 항상, 앞으로의 시대는 농업의 시대가 오고 그 다음에는 진짜의 시대가 온다. 그러니까 너는 진짜를 만들도록 노력을 해라. 수도 없이 많다 해주신 말씀이. 보니까 실제 진짜의 시대가 왔다. 사람들이 뭐든지 건강에 좋고 몸에 좋은 거를 찾는 시대가 됐다. 알아주는 날이 오지 않을까.


-故 배상면 회장은 3대에 이르러야 제대로 된 작품이 나온다고 했다.

▲우리 아들(김백규 이사)까지 하면 4대다. 곧 신제품이 하나 나올 예정이고. 3대 그 의미는 오래 사업하다보면 갈고 닦는 과정에서 세련된 제품이 나온다는 의미라 생각한다.


-신제품은 어떤 제품인가?

▲막걸리는 아니고 나오면 말씀드리겠다. 내가 (개발)하고 있다.


-왜 막걸리가 아닌가?

▲제가 생각할 때 막걸리로서는 우곡주가 거의 최상품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한다. 거기에 들어갈 수 있는 모든 노하우와 과학적인 거는 다 들어간 거 아닌가 생각한다.


-최근 몇 년간 어떻게 지냈는가.

▲2017년 막걸리협회회장을 지낸 이후로 외부 활동을 거의 안하고 있다. 그 무렵 남편이 세상을 떠났다. 코로나 직전이었는데. 그 이후론 시설 정비라던가 할 일이 많아서 내실 다지는 데 집중하고 있다. 바깥 활동은 우리 아들이 해야 할 일이다.


-취미는?

▲요새는 취미를 너무 열심히 하고 있다. 그림 그리기 정원 가꾸기. 나 취미가 너무 많이 큰일이다. 베틀 짜는 거 별거 다한다. 다들 나보고 그런다. 어떻게 일을 하겠느냐고. 그래서 나는 쉬는 날이 없다. 비교적 건강한 편인데 굉장히 규칙적인 생활을 한다. 근데 잠을 잘 못 잔다. 많이 자야 5시간.


-배혜정도가는 어떤 회사인가?

▲우리는 항상 '파이오니어'처럼 앞서가는 기업이다. 내 신념이 고급화다. 대기업처럼 양으로 많이 팔 수 있으면 제일 좋은데, 대기업 아니고선 한꺼번에 팔수가 없다. 그러다 보면 고급화로 가야 한다. 그래야 설비도 고급화할 수 있다. 가장 획기적인 제품을 내려고 노력한다.


-배혜정도가가 나아갈 길은?

▲지금 갖고 있는 거 보다 더 업그레이드 된 제품, 더. 명색이 양조업하니까, 최고가 되고 싶다. 어정쩡하게 타협하는 건 말이 안 된다. 아직까지도 우리나라 제품(술)을 세계 내놓았을 때 저 제품 대단하단 소리 못 듣지 않는가. 시작은 막걸리로 했는데, 전통주 카테고리 안에 소주, 약주, 막걸리 세 가지가 있다. 그 안에서 트렌드 따라 가는데 발효소주가 올라가고 있으니 그 분야도 잘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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