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수빈 기자] '10만 전자'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던 삼성전자 주가가 경기침체 우려에 따른 전자기기 수요 감소 등으로 5만원대까지 추락했다. 하반기에도 메모리반도체 가격 하락이 전망되면서 주가 반등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 주가는 5만8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해 1월 최고점을 기록한 9만1000원과 비교하면 36% 가량 감소한 수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2월 24일 종가 기준 8만500원을 기록한 후 계속해서 하락세를 보여왔다.

관련업계에서는 전세계 경기침체 우려 속 이어진 물가 상승이 하락세를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소비심리가 얼어붙으며 휴대폰, 가전 등 정보기술(IT) 제품 관련 수요가 둔화된 것이 삼성전자 주가에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실제로 휴대폰과 TV 등 가전부문의 수요 둔화세는 뚜렷해지고 있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2분기 스마트폰 출하량은 1분기 대비 16% 감소, TV 판매량은 1분기 대비 18%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유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과 이로 인한 가처분소득 감소 등이 수요 부진 원인으로 파악된다"고 분석했다.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사업 부문의 부진도 주가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삼성전자는 올 초 불거진 4나노 공정 반도체 수율 문제에 더해 1분기 전세계 주요 파운드리 업체 중 유일하게 매출액이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시장에서 53억2800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전분기 대비 3.9% 줄어든 수치다. 반면 경쟁사인 대만의 TSMC는 전분기 대비 11.3% 증가한 175억2900만달러를 기록하며 삼성전자와의 격차를 더욱 확대했다.

문제는 올 하반기도 메모리반도체 가격 하락에 따라 삼성전자 주가 반등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오는 3분기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2분기 대비 각각 3~8%, 0~5%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인플레이션으로 전자기기에 들어가는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위축된데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트렌드포스는 PC용과 모바일용 D램이 소비자 수요 부진으로 고객사들이 재고를 축소하며 공급과잉이 진행됐다고 분석했다. 공급과잉이 가격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트렌드포스는 "서버용 D램의 경우 경기침체로 글로벌 기업들이 데이터센터에 대한 투자를 줄일 것으로 전망된다"며 "결국 모든 D램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텔의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 '사파이어 래피즈'의 생산 지연도 삼성전자 주가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사파이어 래피즈는 차세대 메모리 규격인 DDR5 D램을 지원하는 첫 서버용 CPU다. 업계에서는 인텔의 사파이어 래피즈 출시로 DDR5의 수요가 증가하며 삼성전자의 공급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인텔은 호환성 검증 등의 이유로 사파이어 래피즈 출시를 지난해 3분기에서 올해 초로 연기한데 이어 지난달 '인텔 비전 2022' 행사에서 오는 3분기로 한차례 더 늦춘 상태다.

증권가에서는 메모리반도체 업황 부진 전망에 따라 삼성전자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를 기존 63조7000억원에서 7.3% 감소한 58조7000억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에 따라 하반기에도 주가 반등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거시경제 우려와 사파이어래피즈 출시 지연으로 인해 D램 가격이 내려갈 수 있다"며 "현재 D램 가격 급락 가능성을 반영한 주가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