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보람 기자] 패션기업 신원이 최근 한국기업평가(한기평)으로부터 BBB-'부정적'이었던 신용등급 전망을 BBB-'안정적'으로 상향조정 받은 덴 오너일가의 공이 컸다. 박성철 회장의 삼남인 박정주 대표(사진)가 맡은 의류수출(OEM·ODM)부문이 눈길 끄는 수익성을 내고 있는 까닭이다.

박 사장은 2005년 신원 수출 영업부 과장으로 입사했다. 이후 상하이 법인장, 니트본부장, 수출본부장 등을 역임하는 등 줄곧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사업을 관장해 왔으며 2016년 4월부터 수출부문 대표를 맡고 있다.

박 사장이 키를 잡은 이후 신원 수출부문의 수익성은 ODM(제조업자개발생산)사업 전·후로 나뉜다.

기존 OEM을 중점으로 하던 2016년부터 2018년까지 해당부문 영업이익은 105억원, 34억원, 4억원으로 부진한 실적을 내 왔다. 하지만 2019년에는 147억원을 기록하며 이익규모를 크게 확대했고 지난해에는 코로나19 팬데믹에도 2000년 이후 최대치인 326억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냈다. OEM대비 마진이 큰 ODM을 적극 육성한 결과다. 

이런 기조는 올해도 이어지며 올 1분기 신원 수출부문의 영업이익은 13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1% 늘었으며 매출은 51.4% 증가한 2297억원으로 집계됐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단순 생산만 하는 OEM과 다르게 ODM은 개발능력도 갖춰야 하는 만큼 단가가 좋고 시장자체도 비교적 블루오션"이라며 "신원 외에 한세실업 등이 호실적을 이어간 배경도 ODM 확대가 한몫 했다"고 말했다. 이어 "운송비 등 각종 원자재가격 압박이 있긴 하나 바이어가 관련 비용을 상당부분 보전해주고 있는 데다 납품대금으로 받는 달러화 가치도 커지고 있는 터라 이들 업체의 수익성이 더 확대됐다"고 덧붙였다.

수출부문의 호조 덕분에 신원은 재무부담을 일정부분 경감하는 효과도 거뒀다. 신용평가사가 신용등급 전망을 BBB-'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조정한 데 따른 것이다. 한기평 관계자는 등급전망 변경에 대해 "수출부문을 중심으로 영업실적이 개선됐다"며 "강화된 현금창출력을 바탕으로 재무안정성을 유지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실적을 유지할 경우 신원의 신용등급은 5년 만에 BBB로 상향 될 가능성도 있다. 한기평이 제시한 신원 신용등급 상향 기준은 ▲내수패션부문 흑자전환 ▲상각전이익(EBITDA)마진 5% 이상 ▲차입부담 통제다.

우선 신원은 올 1분기를 기준으로 비성수기임에도 5.1%의 EBITDA 마진을 올렸다. 이어 올 3월말 순차입금은 1323억원으로 작년 말 대비 4% 줄며 인도네시아, 니카라과 신규 생산법인 투자 부담을 일부 상쇄했다. 아울러 만성적자를 내고 있는 내수패션부문은 올 1분기 매출이 410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4.1% 증가한 가운데 영업적자 규모는 23억원 축소된 -21억원을 기록, 연간 흑자전환 가능성을 키운 상태다.

이에 대해 신원 관계자는 "수출부문의 수익성 확대로 전사 실적이 개선되는 모양새"라며 "올해는 연결기준 1조원 가량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제정세상 이익규모를 언급하기는 시기상조이나 내수패션부문은 1분기에 영업적자를 줄였고 코로나19 영향 축소로 객단가가 상승하고 있단 점에서 연내 흑자전환도 기대하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