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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혁 IB부장
2022.06.30 08:25:12
VC 돈맥경화 원인은 '투자가격'...현장 중심 '뚝심투자' 부활해야
이 기사는 2022년 06월 29일 08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팍스넷뉴스 오동혁 IB부장] 벤처투자 회수시장이 급냉각 됐다. 역대급 침체기란 평가다. 기업공개(IPO)를 철회하거나 연기하는 기업들이 잇따르고 있다. 글로벌 증시하락 영향이 컸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전쟁, 금리인상 등 악재가 겹치며 투자심리는 그 어느때 보다 보수적으로 돌아섰다.


급작스런 '돈맥경화' 위기에 벤처캐피탈도 비상이 걸렸다. 우선 높은 밸류 투자부터 '올스톱' 했다. 프리 IPO 투자심사는 대부분 취소된 상태다. 지난 4월 인테리어 플랫폼 '오늘의집'이 2300억원을 받은 이후, 유니콘들의 대규모 펀딩 소식은 좀처럼 들리지 않는다.


한 심사역은 현 상황을 이렇게 진단했다. "투자 심리가 최악이다. 바이오, 커머스, 플랫폼 등의 분야는 검토조차 하지 않는다. 수익 안나는 업체엔 투자하지 말자는 기조다. 일단 다들 '컬리'만 주시하고 있다. 컬리 상장 여부가 하반기 시장 분위기를 결정할 것이다."


'역대급 침체'라고는 하지만, 따지고 보면 시장은 매번 호·불황기를 반복해 왔다. 최근 쉼 없이 달려온 증시를 보며, 어느 정도 불황은 예견할 수 있었을 터. 더군다나 벤처투자는 수년간의 긴호흡으로 진행된다. 증시와 투자 심리만 탓 하기엔 뭔가 석연찮은 구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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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벤처캐피탈의 가장 큰 고민은 '투자가격'에 있다. 비싸게 샀으니 불안한 것이다. 개별 업체가 아닌 업종 전반에 걸쳐 높은 밸류로 투자가 됐다는 것은 '딜소싱'과 '프로세스' 문제다. 공식처럼 적용돼 온 '라운드별 밸류상승'이 더는 먹히지 않게 되자 집단 멘붕이 온 모양새다.


지난 몇년간 벤처투자 업계엔 '거품을 용인해 주는 문화'가 뿌리 깊게 자리했다. 어차피 상장만 하면 돈을 버는데, 남들 하는 딜에 어떻게든 끼는게 중요하지 밸류를 깎는 것은 불필요 했다. 내가 팔기 전 붕괴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수익'일 뿐 결코 '거품'이 아니었다. 


거품은 번지기 쉽다. 벤처캐피탈리스트도 예외가 아니었다. 현장에서 싱싱한 기업들을 발굴하는데 쓰던 시간을 줄이고, 점점 다른 업체가 투자한 곳에 따라 들어가는데 익숙해졌다. 검토사항도 간단해졌다. 이전 단계에 어떤 하우스가 투자했나, 그리고 이번 딜 앵커는 누군가.


위기는 '안일함'으로 시작돼 '익숙함'을 타고 극대화된다. "다른 투자사가 이미 검증했는데 왜 굳이 나까지"라는 안일한 생각이, "빅하우스들이 투자한 곳이면 좀 비싸도 내부 심사는 통과하기 쉽다"는 매너리즘이 결국 시장 침체기에는 폭탄이 돼 돌아온다. 


최근 벤처캐피탈 원로 모임에서 듣게 된 '라떼 이야기'에서 혜안을 얻을 기회가 있었다. 특히 두 사람 얘기가 기억에 남는다. 


"5억원만 투자해도 손이 덜덜 떨렸다. 그래도 내가 발굴한 회사니깐 내 것처럼 정이 갔다. 다른 투자사 딜에 기대어 끼어 간다는 건 생각해 본 적 없다. 내가 자신있는데 왜 굳이 클럽딜을 해서 매번 다른데랑 수익을 나눠 먹나. 그건 심사역 자존심의 문제다."


"현장에 무게를 두면 업체 대표가 살아온 환경, 인생여정까지 속속 알게 된다. 그러다 보니 투자 후 회사가 어려워지면 진심으로 괴로웠다. 함께 소주마시고 부둥켜 울며 의기투합도 꽤나 했다. 물론 거기서도 망한 곳 많다. 다만 투자가격이 잘못됐다거나 시장 탓을 한 적은 없다."


벤처투자도 늘 '유행섹터'가 있다. 지금은 소·부·장과 ESG 시대다. 증시 침체에도, 투심 냉각에도 이들 밸류는 오히려 두배 이상 뛰었다. 대다수가 비싸진 섹터에 몰리고 있지만, 몇몇 괴짜들은 현장을 돌며 폭격맞은 바이오·커머스·엔터 등을 반값 이하로 주워 담고 있다고 한다. 


성공 여부를 예단하기엔 이르다. 무엇이 '진짜'였는지는 결국 추후 수익률로 증명될 것이다. 다만 중장기적 시각을 갖고 싼 가격에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접근법 만큼은 칭찬할 만 하다. 우리에게 익숙한 사명의 대박 케이스들은 사실 시류를 타지 않는 '뚝심 투자'의 결과물이었다.


진짜를 알아보려면 내가 먼저 진짜가 돼야 한다. 발로 뛰는 딜소싱, 리스크를 감내하고 투자하는 배짱. 벤처캐피탈리스트 본연의 자세와 초심을 되새겨 봐야 할 때다. 증시가 좋던 나쁘던 벤처 시장에는 항상 '진짜'들이 널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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