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수빈 기자]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3나노미터(㎚) 공정 기반의 반도체 양산에 돌입한다. 여기에 삼성전자가 선제적으로 도입한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술까지 더해지며 세계 1위 반도체 위탁생산업체인 대만 TSMC를 맹추격할 발판을 마련했다.  

29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금주 중 차세대 GAA 기술 기반의 3나노 반도체 공정 양산을 시작한다. 지난해 10월 파운드리 포럼에서 밝힌 3나노 양산 목표 시점과 일치한다. 대만 TSMC가 3나노 반도체 양산을 계획하고 있는 시점보다 6개월 가량 앞섰다.

반도체에서 '나노'는 전기 회로의 선폭을 뜻하는데 선폭 굵기가 미세해질수록 웨이퍼 한 장에 그릴 수 있는 전기회로가 더 많아져 생산성이 올라간다. 또한 선폭이 미세할수록 칩 크기가 작아지면서 더 적은 전력으로 빠르게 반도체를 구동할 수 있고 전력소비도 줄어든다.

기존의 반도체업계는 4나노 공정 양산까지 도달한 상태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삼성전자의 이번 3나노 양산은 초미세공정 선도로 핵심 고객을 선점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TSMC와의 점유율 격차를 좁힐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특히 GAA 기술도 선제적으로 도입해 경쟁력을 높였다. GAA는 트랜지스터에서 게이트와 채널이 닿는 면적이 윗면·앞면·뒷면 등 총 3면인 '핀펫(FinFET) 기술'과 달리 아랫면까지 포함해 모든 면에서 전류가 흐르는 구조다. 여기서 게이트는 전류가 드나드는 문을 의미하고, 채널은 전류가 흐르는 길을 뜻한다. 채널과 게이트가 만나는 면적이 넓어질수록 더욱 세밀한 제어가 가능하고 누설 전류를 줄일 수 있다.

업계에서는 GAA 기술을 적용한 3나노 공정은 7나노 핀펫 대비 칩 면적은 45%, 소비전력은 50% 절감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아울러 성능은 35% 가량 크게 향상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삼성전자와 달리 TSMC는 2025년 양산을 목표로 하는 2나노 공정부터 GAA를 도입할 계획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수율만 확보한다면 초미세공정 경쟁에서 TSMC를 뛰어넘을 수 있다고 전망한다.

업계 관계자는 "3나노 양산도 빨랐지만 TSMC보다 GAA를 3년 가까이 먼저 도입한 것이 의미가 크다"며 "관건은 수율 확보"라고 말했다. 수율이 받쳐주지 않으면 고객사 수주 확보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업계에서 예상하는 안정적인 수율은 70% 가량이다. 삼성전자는 구체적 수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업계에선 70%까지 도달하기 위해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4나노 2세대 공정 수율 확보가 지연되면서 미국 퀄컴 등 주요 고객사의 이탈을 막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따라 이번 3나노 양산도 수율을 확보하지 못하면 '세계 최초'의 타이틀이 무색해질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파운드리 시장점유율 3위인 인텔도 초미세공정 도입 계획을 밝힌 상태라 수율 확보가 지연될 경우 인텔과 점유율이 좁혀질 수 있다"며 "최대한 램프업(수율 향상) 시점을 앞당겨야 한다"고 말했다. 인텔은 2024년 상반기에 2나노를 도입하고 하반기에는 1.8나노를 양산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