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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은행의 실수... 그리고 과제
이현중 편집국장
2022.07.04 08:00:22
인플레 파이터 넘어서는 역할 요구 커져
이 기사는 2022년 07월 01일 08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팍스넷뉴스 이현중 편집국장] 전세계를 공포의 드라마 속으로 몰아넣고 있는 인플레이션의 악령은 미국 연준의 판단 미스가 낳은 결과다. 예상치 못한 전쟁에다 공급망 쇼크까지 겹쳤지만 위험 요인을 통제해야할 연준의 실수는 뒤늦게 빅스텝에 자이언트스텝까지 몰고 오고 있다. '헬리콥터 벤' 벤 버냉키 전 연준의장. 그가 현재 인플레이션을 진단하면서 꺼낸 말은 연준의 실책이다. 수요를 제대로 컨트롤 하지 못한 연준의 정책 결정도 현재 인플레이션에 한 몫을 했다는 주장이다. 파월 의장 본인 스스로도 최근 하원 금융위원회에서 "지난해 여름까지 확실히 인플레이션을 과소평가했다"고 답하기도 했다.

긴축발작에 대한 공포가 파월의 판단을 흐리는 중요한 변수로 작용했다. 풀어놨던 돈을 조인다면 경제와 금융시장은 흔들린다. 애써 살려놓은 경기흐름을 한 순간에 싸늘하게 식게 할 수도 있다. 파티를 너무 빨리 끝낸다는 비아냥과 함께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시장의 거세 저항을 불러올 수도 있다. 또한 지난해 11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연임에 무리수가 될 수도 있었다. 그래서 포워드가이던스나 평균물가제도 등을 꺼내면서 '금리인상+양적긴축' 카드를 최대한 늦췄을 개연성이 크다.

미국 연준 대차대조표상 총 자산 규모 추이

시장은 이번엔 또 다른 실수를 우려하고 있다. 미국 중간 선거를 앞두고 인플레이션을 잡아야할 민주당의 정치적 입지에 대한 고려다. 그러다 보니 경기침체를 연착륙시키겠다고 하지만 경기는 정점을 지나 이미 하향 곡선의 흐름일 수 있다. 꺼내든 금리인상은 침체의 골을 깊게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중앙은행의 실수는 일본의 경우 더욱 두드러진다. 엔저를 유도해 기업 실적 개선, 주가 상승, 투자 활성화, 임금인상 그리고 내수 진작을 노렸던 아베노믹스는 첫 번째 화살에서 멈췄다. 실패한 아베노믹스의 조연급이었던 일본은행은 달러당 130엔대 중반으로 추락한 엔화가치에도 금융완화 기조를 고수하고 있다. 물가 상승 등 엔저 부작용 때문에 일각에서 완화 정책의 수정을 기대하지만 일본은행은 완고하다. 그러다 보니 어떤 일이 있어도 금리를 올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엔캐리트레이드(저금리 엔차입-고금리 통화 매수)는 엔 약세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통화가치 안정은 현재 전세계 통화당국에 떨어진 발등의 불이 됐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사건의 해결사로 어쩔 수 없이(?) 전면에 등장한 중앙은행이 떠 안아야 하는 업보이기도 하다.


우리 또한 마찬가지다. 서민의 삶을 옥죄는 부동산 가격에다 봉급만 빼고 모든 것이 크게 올라버린 인플레이션 환경에서 한국은행도 정치과정의 내부자가 되어 버렸다. 7월 한은이 50bp의 빅스텝을 꺼내들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인플레이션의 악순환 고리가 점점 더 위력을 키우는 마당에 다소 과격한 금리 인상을 주저할 명분은 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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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불평등과 지대추구, 과도한 가계부채 등 누증된 문제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중앙은행의 저금리 정책이 꼽힌다. 역사상 최저수준의 정책금리를 상당기간 유지했던 전임 총재(8년간 재임) 또한 이 같은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정치권력의 간섭으로부터) 중앙은행의 독립성은 이슈가 아니다. 아니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중앙은행이 정치과정의 한 축으로 깊숙하게 발을 들여 놓은 현실이다.


"(장기 저성장 늪에 빠진 우리 경제의) 해법을 찾지 못할 경우 통화정책 효과도 제약될 수밖에 없다"며 "통화정책뿐 아니라 재정 정책과 구조 개혁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4월 새로운 총재의 취임사에서 눈에 띄는 대목이다. 공동체의 바람직한 모습에 대한 정치철학을 기반으로  풀어내야하는 문제들 앞에서 정책의 한축을 담당하는 중앙은행의 적극적 역할 확대를 시대는 요구하고 있다. 선출되지 않은 전문가 집단의 과오가 가져오는 재앙이 빈번하게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성이 아닌 발권력 기반 중앙은행의 '권력을 향한' 민주적 통제가 더 중요해지는 흐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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