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지웅 기자] 넷플릭스 등 콘텐츠 제공 사업자(CP)의 망 사용료 지불을 의무화하는 법안이 K콘텐츠의 글로벌 확산을 저해하는 요소로 지목됐다. 글로벌 CP들의 망 무임승차를 막기 위한 법안이 오히려 부메랑으로 돌아와 국내 CP들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넷플릭스와 망 사용료 문제로 수년째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는 인터넷 제공 사업자(ISP) SK브로드밴드 입장에선 썩 달갑지 않은 일이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6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K콘텐츠 글로벌 확산을 위한 네트워크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과도한 트래픽을 유발하는 글로벌 CP에게 망 사용료 계약 체결을 의무화하는 법안이 K콘텐츠에 미치는 영향과 바람직한 네트워크 정책 등이 무엇인지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현재 국회에는 망 사용료 의무화와 관련해 6개 법안이 발의돼 있다. 해당 법안들은 공통적으로 CP도 네트워크 관리에 대한 책임을 가진다는 전제 하에 망 사용료를 부과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 강연을 맡은 김용희 오픈루트 전문위원은 "2020년 전혜숙 의원을 시작으로 6명의 의원들이 망 이용대가와 관련된 법안을 발의했으나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면서 아직까지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며 "유사한 법안을 두고 유사한 논의가 반복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망 이용 대가는 일정 부분 납부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며 "문제는 합리적인 망 이용 대가를 어떻게 산출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이대호 성균관대 교수도 "우리나라가 네트워크 정책을 만들 때 해외 CP에도 적용할 수 있는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며 "이 정책으로 안 그래도 기울어진 운동장이 더 기울어지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날 다수 전문가들은 망 사용료 의무화 법안이 국내 콘텐츠 사업자들의 해외 진출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번 토론회를 공동 주최한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우리 콘텐츠 기업들은 해외 시장에서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망 사용료 법안이 부메랑으로 돌아가서 똑같은 상황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김용희 위원 역시 "만약 해외에서도 이 같은 법안이 통과된다면 해외 진출에 나선 국내 CP들이 자본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지 질문을 던지고 싶다"며 "망 이용 대가를 지불하는 쪽으로 결론이 난다고 해도 중복 규제는 아닌지, 우리 콘텐츠 사업자들에게 어떤 피해가 가는지에 대한 고민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대호 교수도 "콘텐츠와 플랫폼은 항상 같이 움직이는데 플랫폼이 해외에 진출해 많은 가입자와 콘텐츠를 만들어낸다면 당연히 더 많은 트래픽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따라서 망 사용료 의무화는 K콘텐츠가 해외에 진출할 때 장애물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끝으로 이 교수는 "CP들이 비용을 무서워해서 트래픽을 발생시키지 못하는 건 좋은 인터넷 환경이 아니다"며 "네트워크 규제가 CP에 부담을 주지 않는 환경으로 만들어져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