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홍기 기자] 창업주 고(故) 이영수 명예회장의 별세로 신신제약의 2세경영 체제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회사에 대한 오너일가 지배력은 공고하지만 지분 상속에 따른 변수가 많아 2세경영 향방을 쉽게 예단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7일 재계에 따르면 고 이영수 명예회장이 별세하면서 차기 신신제약 총수로 장남인 이병기 대표가 수면위로 급부상했다.
이 대표는 서울대 전자공학과 졸업 후 미국 미시간대 대학원에서 컴퓨터공학 석사, 산업공학 박사를 취득했다. 명지대 산업경영공학과 교수로 재직해오다 1996년 신신제약에 입사했다. 이 대표는 신신제약 비상임 감사와 신사업개발 이사를 거쳐 2018년 신임 대표로 취임했다.
당시 이 대표의 취임으로 신신제약은 고 이 명예회장, 김한기 회장과 함께 3인 각자대표 체제로 운영됐다. 그러다 그는 2020년 부친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고 지난해 매형인 김한기 회장도 대표직을 내려놓으면서, 단독대표로서 입지를 다졌다. 2세경영으로서의 절차를 밟아나가고 있는 셈이다.
다만 이 대표 입장에서 온전한 2세 경영으로 거듭나기 위해 매듭지어야 할 선결과제가 남아있다.
우선 이 대표는 취약한 지배력을 해소해야 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신신제약은 의약품 및 의약품 원부자재 도매유통업을 영위하는 트라이넷만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신신제약이 트라이넷 지분 60%를 들고 있는 만큼 신신제약의 지배력만 확보하면 기업 전체를 장악할 수 있다.
신신제약은 다소 독특한 주주명단을 구성하고 있다. 일단 신신제약 최대주주는 올 3월기준 고 이 명예회장(26.38%)이다. 2대주주는 고 이 명예회장의 사위인 김한기 회장으로 12.63%를 보유하고 있다. 이 대표 지분은 3.63%에 불과하다. 이는 고 이 명예회장의 차녀와 삼녀인 이명옥씨(4.26%), 이명재씨(4.26%)보다 적다. 차기 경영권을 둘러싼 잡음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이 대표 등 신신제약도 이 같은 우려를 인식한 듯 가업상속공제제도로 문제해결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가업상속공제제도는 매출액 3000억원 미만 기업을 상속할 때 20년 이상 경영하면 상속세를 최대 500억원 면제해주는 제도다. 현재 고 이 명예회장의 지분 가치가 7일 종가기준 230억원 안팎이란 점을 감안하면 이 대표 입장에서 0원으로 신신제약 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다.
다만 이 같은 시나리오가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우선 고 이 명예회장의 유언장의 유무가 대표적 변수로 꼽힌다. 아직 존재 유무도 불확실한 상태지만 유언장 내용에 따라 상속 비중이 언제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신신제약 내 여전한 김 회장의 존재감도 무시하기 어렵다. 김 회장은 1986년께 신신제약에 입사했다. 대기업 계열 제약사들의 잇따른 파스시장 진출로 위기감을 느꼈던 고 이 명예회장이 직접 김 회장을 불러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장남 이병기 대표가 당시 회사가 아닌 학문에 열중하겠다는 뜻을 밝힌 데 따른 결과였다.
김 회장은 2003년 대표에 오른 이후 고 이 명예회장과 함께 중앙 연구소를 설립해 기술력 확보에 나서는 한편 2016년 기업공개(IPO)까지 직접 주도했다. 현 회사 지분도 당시 신규상장하면서 취득했다. 김 회장이 회사 경영권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 여부도 확언하기 쉽지 않다.
그는 처남인 이병기 대표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가진 이병기 대표가 만들어갈 새로운 신신제약이 순조로운 항해를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도울 것"이라고 말했지만 2018년 자신의 아들인 김남건씨에게 신신제약 주식 2만주를 증여하면서 재계의 눈길을 끌기도 했다. 해당 증여로 김남건씨는 신신제약 3세들중 유일하게 회사 지분(0.13%)를 보유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고인은 사위에 대해 단순 대표이사라기보다 전문 경영인으로 추켜세우는 등 각별한 애정을 보여왔다"며 "회사 수익성 개선, IPO 등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온 만큼 이병기 대표에게 조력하겠다는 약속을 지킬 지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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