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보람 기자] 삼양패키징의 실적이 단기에 회복되기 어려울 거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PET 등 포장재의 주원료인 PET 칩 가격이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서다.

7일 석유화학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톤당 TPA 가격은 931달러(121만원)로 올해 월간 기준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초소재인 파라자일렌(PX) 값이 오르면서 TPA 등 응용소재 가격 역시 뛰고 있는 것이다.

원재료가격 상승은 삼양패키징의 2분기 수익성에 큰 부담을 안긴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매출원가에서 PET 칩 구매 비중이 35%를 상회하는 기업인만큼 TPA 가격 상승이 곧장 매출원가율에 악영향을 끼친다. 올 1분기만 봐도 삼양패키징의 순이익은 5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87.4% 급감했는데 이는 동 기간 PET 칩 가격이 KG당 1093원에서 1546원으로 41.4% 뛴 영향이 컸다.

또 다른 PET 칩 주원료인 EG 값이 떨어진 점은 그나마 위안거리로 꼽힌다. 연초 톤당 694달러(90만원)였던 EG 가격은 지난달 24일 561달러(72만원)로 19.1% 낮아졌다. 지난달 들어 에틸렌 값이 일부 안정화된 결과다. 다만 업계는 PET 칩 제조공정에서 EG가 차지하는 비중이 30% 수준에 그치는 데다 TPA 상승폭 대비 가격 낙폭도 작단 점에서 PET 칩 값이 단기에 떨어지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실적 불안감은 주가에도 고스란히 투영됐다. 7일 삼양패키징 주가는 연초 대비 30.8% 떨어진 1만7200원이다. 이는 같은 기간 코스피 하락률(21.9%)보다 낙폭이 크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삼양패키징 주주 일부는 회사가 배당가능 이익을 낼 지에 회의적인 시선도 보내고 있다. 한 소액주주는 "삼양패키징은 최근 2년간 40%대 배당성향을 기록하는 등 나름 고배당주로서의 매력이 있었다"며 "그런데 1분기부터 어닝쇼크급 실적을 기록한 탓에 올해 주당 배당(1000원)을 유지할 지 의심스러운 데다 최근 주가도 크게 빠져 불만인 주주들이 상당한 편"이라고 말했다.

삼양패키징 측은 주가 부진에 대해 비교적 고마진을 기대할 수 있는 아셉틱(무균 충전공법) 사업 확대 등으로 수익성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자사주매입-소각프로그램 등 인위적 주가부양책을 쓰진 않을 계획인 터라 주가 반등은 오롯이 실적 및 국제유가 등의 추이에 달린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삼양그룹 관계자는 "재무적 차원의 주가부양 계획은 없다"며 "삼양패키징은 아셉틱 시장에서의 수요 확대 및 지속적인 판가관리 및 안정적 판매물량 확보, 용기 경량화 등을 통한 수익성 개선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