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진욱 부국장] 1라운드가 끝난다는 종이 치고 두 선수는 이제 잠시 숨을 고른다. 2라운드에 나설 준비를 한다. 그런데 이상하다. 한쪽은 골리앗과 같은 거인이고 다른 한쪽은 왜소한 아이다. 과연 현실 세상에서 성경에 나온 것 같이 자그마한 아이가 거인 골리앗을 넘어뜨릴 수 있을까.

글로벌 앱마켓의 절대 강자 구글과 국내 대표 IT기업이자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서비스하는 지극히 한국스러운(?) 카카오가 앱 결제 정책을 두고 정면충돌했다.

구글이 지난달 30일 자사 인앱결제 정책을 따르지 않는 카카오톡의 업데이트를 중단시켰다. 카카오는 별도로 다운로드할 수 있는 경로를 만들어 새버전을 다운로드할 수 있는 방법을 알리는 등 대응에 나섰다. 카카오가 국내에서는 공룡일지 모르지만 글로벌 최강자 구글과 일전은 너무나 무모해 보인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 연상될 수밖에 없다.

구글은 카카오톡을 구글 앱마켓인 플레이스토어에서 퇴출할 수도 있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구글은 지난달 1일부터 아웃링크 방식의 외부 결제를 금지해왔다. 수수료가 30%인 자사 인앱결제 시스템을 쓰거나 수수료 26%인 제3자 결제 방식을 강제했다.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앱을 구글플레이에서 삭제하겠다는 정책도 내놨다. 절대 갑 구글의 압박에 어느 누구도 대항하지 못했다.

그런데 카카오가 홀연히 나섰다. 전국민이 쓰고 있는 카카오톡과 '인앱결제 금지법'을 시행하고 있는 한국 정부가 뒷배가 되어줄 것을 믿은 듯하다.

카카오는 왜 반 구글 선봉장에 섰을까. 조심스러운 관측이지만 남궁훈 대표의 의지가 실린 것으로 보인다. 남궁 대표는 지난 2016년 구글의 갑질을 공론화했다. 당시 카카오게임즈를 이끌던 남궁 대표는 신작 모바일게임 'O.N.E(원) for Kakao'가 출시 이후 4일 동안 구글플레이에 검색되지 않자 구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구글은 꿈적도 안 했다.

구글은 당시 검색이 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업계는 카카오가 구글보다 다른 앱마켓에 먼저 게임을 출시한 것에 대한 보복이 아니냐는 해석을 내놨다.

구글의 갑질에 속절없이 무너졌던 남궁훈 대표 입장에서 최근 구글의 행보를 보며 당시를 떠올렸을 것이다. 그리고 이제 구글과 싸울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남궁훈 대표의 과감한 판단에 이용자들도 힘을 실어주고 있다. 구글플레이가 카카오톡 업데이트를 중단했다는 것이 알려진 지난 5일 이후 원스토어를 통해 카카오톡을 다운받겠다는 움직임이 확인된다. 실제 원스토어 측에 따르면 카카오톡 일일 다운로드 규모가 다른 시기에 비해 3~4배가량 증가했다.

7일 오후 카카오가 주무 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와 구글 측과 만나 구글 앱 마켓 정책위반 소지를 없애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잠시 휴전 상태. 

이제 정부의 시간이다. 막강한 시장 지배력으로 국내 관련 법을 무용지물로 만든 구글에 대해 어떤 처분을 내릴지 시선이 집중된다. 지금까지 '구글 갑질 방지법'이 뭐고 '인앱결제 강제'가 뭔지 알지 못했던 일반인들도 카카오톡을 쓰지 못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 눈을 부릅뜨고 보고 있다. 방통위 입장에서는 매우 구체적인 구글 갑질 사례를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승패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카카오모빌리티 매각 문제에 곤두박질친 주가 등으로 안 그래도 고민이 많았을 남궁훈 대표가 슈퍼 골리앗의 갑질 문제를 풀어갈 선봉장에 섰다. 그리고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했다. 국민 한 사람으로서 업계를 오랜 기간 지켜본 언론인으로서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