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한경석 기자] 티엘아이의 경영권 분쟁이 점화된 가운데 7일 열린 임시 주총에서 김달수 전 대표의 사내이사 선임 건 부결로 상대방 진영이던 주주연합이 승기를 잡았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앞서 7일 열린 코스닥 상장사 티엘아이의 주주총회 결과 김 전 대표의 사내이사 선임 건, 김 전 대표의 제안이었던 박우전 사내이사 선임 건은 효력을 잃었다. 이와 함께 '턴어라운드를 위한 주주연대 조합'의 제안이었던 조상준 사내이사, 고영상 사외이사 선임 건이 원안대로 가결됐다. 

이로써 경영권 분쟁의 승기는 주주연합 쪽으로 넘어갔다. 반면 2대주주인 김 전 대표 외 특수관계인 2인(조영임, 재단법인 석우)은 소유주식 수 156만 42주(15.8%)의 지분을 가지고 있어 경영권 분쟁이 추가로 이어질 가능성도 상존한다.

티엘아이는 1998년 설립 이후 LCD패널의 핵심 부품인 타이밍컨트롤러(Timing Controller)와 LCD드라이버IC 등 시스템 반도체 설계업을 주요 사업으로 영위하고 있다. 반도체설계전문회사로서의 역량을 발휘해 세계에서 몇 안 되는 낸드 플래시(Nand Flash) 메모리 컨트롤러 설계 기술을 보유 중이다.

최근 3년간 매출은 줄고, 수익성도 악화했다. 연결 기준 매출은 2019년 419억 8184만원, 2020년 367억 1352만원, 지난해 308억 2236만원으로 점차 감소하는 양상이었고, 영업이익은 2019년 당시 2억 5340만원을 남겼지만, 2020년 적자로 전환해 영업손실 78억 6332만원, 지난해 영업손실 64억 5971만원을 기록했다.

티엘아이는 실적 부진으로 지난해 자회사였던 원팩 주식을 160억 원에 팔아 대규모의 현금성 자산을 확보했다. 이로써 지난 3월 말 연결기준 현금성 자산은 270억 원에 달한다. 이번 주총에서 승리가 중요했던 이유는 이렇게 풍부해진 현금을 활용해 신사업을 주도할 경영권을 누가 확보하느냐가 관건이었기 때문이다. 

주주연대 대표인 조 부사장은 지난해 11월 티엘아이의 주주로 처음 등장했다. 이후 창업주인 김 전 대표의 방만한 경쟁을 문제 삼아 지난 4월 13명의 주요 주주들과 '턴어라운드를 위한 조합'을 만들고 본인의 지분을 대부분 출자해 경영권 분쟁에 나섰다.

이번 임시주총에서 승기를 잡은 주주연대 대표 조상준 티엘아이 전략기획실 부사장은 "주주들이 회사를 되살려달라는 뜻으로 알겠다"며 "내년에 흑자 전환을 이뤄내 실적과 주가 모두 상승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앞으로 회사는 홍세경 대표가 맡아서 이끌 예정이며, 조상준 부사장은 그대로 부사장직을 맡아 신사업 개발을 확대할 계획이다. 조 부사장은 "필요하다면 자산 매각을 통한 자본 확보에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