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홍기 기자] 안국약품이 회사 정상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오너리스크에 이어 실적부진이 지속되자 창사이래 처음으로 전문경영체제로 전환하는 한편 연구개발(R&D)비중을 확대하면서 신약 개발에도 주력하겠다는 전략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안국약품이 올해 대대적인 체질개선에 한창이다. 우선 연구개발 및 생산부문 전문가인 원덕권 대표가 안국약품 경영을 총괄하면서 창사이래 줄곧 유지해온 오너경영체제를 전문경영체제로 탈바꿈시켰다. 2021년 상무로 승진했던 김선엽 경영전략 상무는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이중 이번에 안국약품 사령탑에 오른 원덕권 대표는 1963년생으로 대웅제약, 동화약품 등에서 제품 개발 등을 역임하다 2013년 삼아제약 연구개발 부문을 총괄하기도 했다. 그는 2018년 안국약품에 합류해 연구개발과 생산을 담당해왔다.

안국약품은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하면서 ▲종합병원 점유율 확대 ▲토탈헬스케어를 통한 사업다각화 ▲차별화된 개량신약 개발 ▲이중 및 다중항체 파이프라인 확보를 통한 바이오비지니스 확대 ▲수출과 GMP의 글로벌화 ▲디지털 시대를 대비한 경영인프라 구축 등의 6대 중점과제로 이뤄진 '안국약품 2030 뉴비전'을 달성하겠단 방침이다.

공격적인 인적 쇄신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3월에는 생산본부장으로 양성운 전무를, 7월에는 바이오의약본부장에 임창기 상무를 영입했고, 11월에는 마케팅전략실에 채희성 상무도 선임했다. 올해에는 토털헬스케어사업부 총괄에 방경득 사업부장을 영입했다. 이달 들어서는 정세영 개발임상실장을 이사직으로 승진시키기까지 했다.

이같은 행보는 오너리스크 등 최근 수년간 안국약품에 불어닥친 폭풍과 무관치 않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어수선한 분위기로 인한 회사 정상화가 시급해진데 대한 고육지책이란 평가다.

실제 검찰은 이달 6일 안국약품 오너2세인 어진 전 부회장에게 불법임상시험을 종용한 혐의로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약사법위반 혐의를 받는 안국약품에는 벌금 3000만원이 구형됐다.

안국약품은 2016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의 승인 없이 안국약품 중앙연구소 직원 16명에게 임상단계 중인 혈압강하제 약품을 투약, 2017년 6월에도 중앙연구소 직원 12명을 상대로 개발 중이던 항혈전응고제 약품을 투여해 임상시험을 종용한 혐의를 받는다. 안국약품은 또한 항혈전응고제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비임상시험이 실패한 것으로 나타나자 데이터를 조작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어 전 부회장은 이같은 불법 임상시험 등에 가담, 종용했다는 혐의를 받고 검찰 수사를 받아오다 2019년 공식 기소됐다. 이뿐아니라 어 전 부회장은 같은해 의사들에게 90억원 상당의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뇌물공여 등)로도 재판을 받고 있다.

논란이 일자 어 전 부회장은 결국 올해들어 안국약품 대표자리에서 물러나는 등 경영에서 물러났다. 일각에서는 해당 결정이 안국약품의 전문경영체제 전환에 유의미한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당시 어 전 부회장의 사임 관련 건강상의 이유라는 입장이 있었으나 재판에 대한 부담으로 물러난 것이 더 설득력이 높지 않았겠냐"며 "안국약품 입장에서 지난해까지 하락세를 보인 실적이 올해 반전을 이뤄낼지도 주목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