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민승기 기자] 실외마스크 의무착용 해제로 코로나19와 계절 독감이 동시에 유행하는 일명 '트윈데믹'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GC녹십자가 독감백신 선두자리 굳히기에 나설 전망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올해도 독감백신 생산에 나서지 않으면서 녹십자가 반사이익을 누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12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녹십자의 2022~2023절기 독감백신 생산량은 약 1700만 도즈에 달한다. 이는 2021~2022절기와 비슷한 수준이며, 그 이전 절기 평균 생산량과 비교하면 50% 가량 많은 규모다.
녹십자의 독감백신 생산량이 큰 폭으로 증가한 이유는 국내 독감백신 양대 생산기업 중 하나인 SK바이오사이언스가 독감백신 생산을 전면 중단했기 때문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코로나19 백신 생산에 전념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자사의 세포배양 독감백신인 '스카이셀플루'를 생산하지 않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이처럼 2022~2023절기에도 독감백신 시장을 포기하면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녹십자가 큰 반사이익을 누릴 것으로 전망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녹십자는 지난해 4가 독감백신 '지씨플루쿼드리밸런트프리필드시린지'를 1527억원어치나 생산, 전년 대비 84.2%나 늘렸다. 아울러 3가 독감백신인 지씨플루프리필드시린지의 생산실적 역시 같은 기간 44억원에서 358억원으로 8배 이상 증가했다.
제약업계의 한 관계자는 "2020-2021절기에 4가지 독감 바이러스를 예방할 수 있는 4가 독감백신 위주로 재편되면서 녹십자가 SK바이오사이언스에게 1위 자리를 빼앗겼다"며 "이후 SK바이오사이언스가 경쟁에서 빠지게 됐고 녹십자가 다시 선두두자를 되찾았다. 올해 또 다시 약 1700만 도즈를 생산하며 선두두자 자리를 굳히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올해 실외마스크 착용 해제로 유행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정설"이라며 "코로나19와 독감백신 증상이 크게 차이가 없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독감백신 접종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다만 일각에선 코로나19 재유행에 따른 방역조치가 강화될 수 있고, 이 때문에 독감 환자가 줄어들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다른 제약사 관계자는 "코로나19 재유행이 빨라지면서 보건당국이 방역 조치 강화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실외 마스크 착용이 다시 의무화 되고 확진자가 크게 증가하게 되면 결국 독감 환자도 줄어들지 않겠느냐"라고 전했다.
한편 SK바이오사이언스는 유통망 유지를 위해 올해도 글로벌 제약사가 개발한 독감백신을 소량 수입·판매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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