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재민 기자] 크리스에프앤씨가 의류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업체 국동을 인수하며 수직계열화 초석을 다졌다. 국동의 인도네시아∙멕시코 생산설비를 활용해 외주가공비를 절감할 수 있게 된 까닭이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크리스에프앤씨는 국동의 지분 21.82%(1204만주)를 340억원에 인수키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내달 17일 크리스에프앤씨는 해당 지분을 취득하면 국동의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이번 인수로 크리스에프앤씨는 의류 디자인과 생산, 판매를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수직계열화 초석을 다지게 됐다. 구체적으로 크리스에프앤씨가 디자인 및 마케팅을 전담하고 국동이 제품생산, 온라인몰(크리스몰)에서 유통∙판매로 이어지는 사업구조가 완성된 셈이다.

통상 수직계열화는 회사의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된다. 제품의 원료부터 최종 생산∙판매까지 도맡을 수 있다 보니 불필요한 비용을 소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크리스에프앤씨 역시 그간 수익 창출에 발목을 잡았던 외주가공비를 절감할 수 있게 됐다. 별도의 생산 공정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크리스에프앤씨가 인도네시아∙멕시코에 공장을 소유한 국동의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게 된 까닭이다. 지난해 크리스에프앤씨가 지출한 외주가공비는 301억원으로 당해 회사가 벌어들인 순이익(681억원)의 44.2%에 달했다.

크리스에프앤씨 관계자는 "국동의 생산능력이 충분한 만큼 자사(크리스에프앤씨)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환경은 구축돼 있다"며  "생산설비 투자를 확대해 사업구조를 더욱 효율화 해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다만 시장에선 크리스에프앤씨의 계획대로 사업효율화를 이뤄낼 수 있을지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국동이 향후 366억원 규모의 신주를 발행할 여지가 있는 데다 소액주주 비중이 73.23%에 달할 만큼 높은 터라 경영권을 행사하는데 적잖은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내다봐서다. 

현재 국동은 15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와 216억원 수준의 미상환 메자닌(CB, BW)을 남겨두고 있다. 이중 크리스애프엔씨의 우호지분으로 편입되는 것은 엘엑스컴퍼니(우진석 회장의 장남인 우혁주 상무가 최대주주)를 상대로 진행하는 5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뿐이다. 이 때문에 미상환 CB, BW가 모두 신주로 발행될 경우 크리스에프앤씨의 우호 지분율은 19.9%까지 희석될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 관계자는 "소액주주 비중이 50%가 넘어간다면 최대주주가 의사결정하는데 있어 적잖은 어려움이 따르는 게 사실"이라며 "주주연대 등이 쉽게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회사의 입장과 주주들의 입장이 다를 경우 충돌이 생기는 일은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크리스에프앤씨 관계자는 "국동에 대한 지분율 이슈는 심각하지 않은 문제라고 판단하고 있다"며 "양사의 시너지 및 투자 계획 등을 수립하는데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