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호연 기자] 올해 인수·합병 시장에 나온 환경폐기물업체 최대어로 손꼽힌 에코매니지먼트코리아(EMK)의 새 주인이 싱가포르의 케펠그룹으로 확정됐다. 딜 막바지에 원매자 간 경쟁이 치열해지며 매각가는 전망치보다 높은 8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과거 매각 측인 IMM인베스트먼트가 인수한 가격의 두 배 수준이다.
1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EMK의 대주주 IMM인베스트먼트와 KDB산업은행은 최근 EMK의 경영권을 매각하기 위한 본입찰을 진행하고 케펠인프라스트럭처트러스트를 우선협상자로 선정했다. 매각가는 8000억원으로 시장의 예상치(6000억~7000억원)를 상회했다. 매각 주관사는 크레디트스위스와 EY한영이 공동으로 맡았다.
케펠인프라스트럭처트러스트는 싱가포르 소재 인프라 투자회사다. 스탠다드차타드증권을 인수 자문사로 선정하고 에코비트와 2파전 끝에 EMK 인수전의 최종 승자가 됐다.
EMK M&A는 예비입찰에서 10곳 내외의 투자자가 참여했지만 시장은 매각 흥행에 비관적이었다. 국내 폐기물 시장의 큰 손으로 통하는 SK에코플랜트가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고 폐기물 업체 M&A를 주도했던 E&F프라이빗에쿼티, VL인베스트먼트 등 중견사들이 대거 불참했기 때문이다.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지면서 상반기 M&A 시장의 거래 규모가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도 이러한 비관론을 부추겼다. 결국 본입찰에서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업체는 에코비트와 케펠인프라 뿐이었다.
EMK는 폐기물 소각 부문 국내 2위 업체로 인수 시 시장 판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마지막 매물이었다. 폐기물 매립 분야에 강점을 가지고 있는 반면 소각 부문 경쟁력이 떨어지는 에코비트가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로 떠올랐다.
하지만 케펠인프라가 M&A에 참여하면서 막판 경쟁에 불이 붙어 매각가가 높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시황이 비우호적인 만큼 폐기물처리업을 직접 영위하는 에코비트가 매각전의 주인공이 될 것이란 기대가 컸지만 케펠인프라가 예상을 뛰어넘는 금액을 배팅하면서 승자가 됐다.
IMM인베스트먼트는 투자자들 간 경쟁 덕에 시장의 눈높이보다 높은 가격으로 EMK를 매각할 수 있게 됐다. 회사는 2017년 JP모간에 3900억원을 주고 EMK를 인수했다. 같은 회사를 두 배 가량 오른 가격으로 매각해 차익을 남긴 셈이다. 입찰 단계에서 대부분의 실사 작업을 마친 케펠인프라는 이달 안에 매각자 측과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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