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자산운용이 발표한 '2022년 정기 주주총회 의결권 행사 결과'를 보면, 이 회사는 지난해 90개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총 663개 안건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했다. 자본시장법상 공시대상법인은 33곳 이외에 57개사에 대해 추가로 목소리를 냈다. 80개 기업을 상대로 의결권을 행사했던 지난해 보다 10곳이 증가했다.

주목할 만한 대목은 단순히 의결권을 행사한 기업수만 늘어난 게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운용은 663개 안건 가운데 11%에 해당하는 73개 안건에 대해 반대표를 던졌다. 이는 의결권 행사 결과가 집계된 202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우리운용은 지난해 659개 안건 중 62건에 반대표를 던져 9.41%의 반대율을 보였다. 또 2020년에는 560개 안건 중 53개에 반대표를 행사해 9.46%의 반대율을 기록했다.

의결권 반대율이 높다는 건 그만큼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극 이행했다는 긍정적인 시그널로 해석된다. 그동안 자본시장에서는 운용사의 반대 의결권 행사율이 3%에도 미치지 못해 '주총 거수기'라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특히 우리운용은 피투자기업의 이사와 감사 선임에 꼼꼼한 잣대를 들이댔다. 주요 안건 가운데 '이사‧감사 선임'에 관한 반대율이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지난해 이사‧감사 선임 반대율은 전년 대비 3%p(포인트) 상승한 10%를 기록했다. '이사‧감사 보수한도 승인' 안건 반대율(4→6%)도 두 번째로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우리운용이 반대표를 행사한 이사‧감사와 관련된 안건을 보면, 김현웅 법무법인 바른 대표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려는 호텔신라를 향해 "계열회사와 중요한 거래관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외부감사와 관련해 중요한 행정적 제재 받았다"는 걸 근거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김성희 전 법무부 차관 선임을 반대했다. 이외에도 ▲카카오게임즈 정선열(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선임건 ▲카카오페이 강율리(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선임건 ▲삼성바이오로직스 박재완(성균관대 명예교수) 선임건 등에 대해서도 독립성 저해를 우려했다.

이처럼 우리운용의 스튜어드십 코드가 강화된 건 내부적으로 관련 정책과 조직을 재정비한 덕분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우리운용은 지난해 ESG를 우선해 투자하다는 내용을 골자로하는 '책임투자 원칙'을 제정했다. 또한 기존의 책임투자리서치팀을 전신으로 하는 'ESG 투자전략실'을 신설했다. ESG투자전략실에 포진해 있는 ESG 전문인력과 애널리스트는 ESG 평가기관과 각 본부 간 유기적 연계를 통해 ESG 투자를 이행하는 역할을 한다. 아울러 책임투자 활동에 관한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책임투자위원회'도 마련했다.

이와 관련해 우리자산운용 측은 "고객의 자산가치 보호를 위해 이해상충 우려가 있는 안건에 대해서는 수탁자책임위원회를 통해 신중하게 행사하고 있다"며 "이와 함께 수탁자 책임을 다하고자 기업의 재무성과와 ESG 역량도 함께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