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강동원 기자] "과거 LIG그룹이 유동성 충격에 빠졌을 때 20건이 넘는 제안서를 작성했다. 밤낮으로 현장을 누비며 8개월 동안 6000억원을 모집, 위기 극복에 성공했다. 어려운 딜(Deal) 이라도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사고방식과 포기하지 않는 근성이 있다면 고객·회사 모두 만족할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편충현 하나증권 기업금융(IB) 그룹장(부사장)은 14일 팍스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유연한 사고·추진력을 강점으로 꼽았다. 그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블록화가 된 세계 경제가 우발 위험요소에 얼마나 취약한지 보여주는 사례"라며 "기업들도 기존 사업에서 벗어나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만큼, IB도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편 부사장은 올해 하나증권의 성장 키워드로 '안정'을 지목했다. 단순히 안정적인 사업만을 추구하는 게 아닌 위험요소 '관리'에 무게를 두겠다는 것이다. 그가 관심을 가지는 분야는 부동산 공모 사업이다. 지방자치단체와 연결된 사업은 부실 위험이 적어 안정적인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성과는 구체화하고 있다. 하나증권은 지난해 '잠실 종합운동장 스포츠·마이스(MICE) 복합공간 조성사업'을 따냈다. 총사업비 규모 2조1600억원으로 한화그룹·HDC현대산업개발 등과 컨소시엄을 꾸렸다. 하나증권이 지난 2020년 따낸 1조원 규모 대전 역세권 공모개발 사업도 착공을 앞두고 있다.

특수기업금융 사업도 주목하고 있다. 코로나 엔데믹 이후 기업들의 사업재편 속도가 빨라지면서 자금조달 등 금융 서비스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예컨대 과거에는 기업들이 사옥 등 부동산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했다면, 최근에는 부동산을 유동화한 자금으로 신사업에 투자하는 움직임을 보인다는 것이다.

편 부사장은 "최근 국내 기업들이 적자 사업을 정리하고 자산 유동화를 통해 새로운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며 "기업의 변화 기조와 함께 자금조달 등 금융 서비스 수요가 많으리라 생각, 특수기업금융에 집중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주식발행시장(ECM)·부채자본시장(DCM) 등 정통 IB 사업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특히 기업공개(IPO) 사업에서는 영창케미칼처럼 침체 된 시장에서도 버틸 수 있는 알짜기업을 발굴하는 게 목표다. 하나증권이 대표 주관사를 맡은 영창케미칼은 네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하며 공모 흥행에 성공했다. 프리닉스·테토스 등 후속 주자의 상장예비심사(예심)를 청구, 공모일정을 준비 중이다.

편 부사장은 "거시경제(매크로) 환경이 좋지 않아 파격적인 성과를 거두기는 힘들지만 영창케미칼처럼 우수한 기업을 꾸준하게 발굴하는게 목표"라며 "스팩(SPAC, 기업인수목적회사) 등에서도 강점을 가진 만큼, 다양한 채널을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금융그룹 네트워크를 활용해 공격적으로 나섰던 해외사업은 속도 조절에 돌입할 계획이다. 하나증권은 미국 등 해외 대체투자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북미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아마존 물류센터 등이 대표 포트폴리오다. 올해는 해외 현지 네트워크와의 결합을 통해 위험요소가 적고 수익성이 높은 딜 발굴에 집중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국내외에서 인정받는 IB 하우스로 도약한다는 포부다.

편 부사장은 "아직 부족한 건 많지만 자기자본 규모로는 업계 상위권으로 도약하는 데 성공했다"며 "부족한 부분은 채우고 과한 부분은 덜어내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IB 명가'로 성장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