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호연 기자] HDC현대산업개발이 회사의 유동성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보유 중인 재고자산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회사에 대한 금융권의 신뢰가 떨어지면서 대출을 통한 사업비 조달이 어려워지자 재고자산의 현금화에 나선 것이다. 국내 부동산 시장의 미분양 확산으로 불안정성이 커졌고 화정아이파크붕괴사고 여파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1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HDC현산은 회사가 보유한 수원시 권선구 권선동 1343번지 일원의 영업용 부동산을 처분해 현금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수원아이파크시티7단지에 인접한 하천과 1번국도 사이 12만8205㎡ 규모의 부동산이다. 과거 HDC현산이 인근 부동산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대토로 확보했으며 장부가액 1347억원, 공시지가는 2239억원이다.

이 부지는 1번국도와 수원버스터미널, 백화점과 대형할인마트 등에 인접해 있어 각종 생활 편의시설의 접근성이 우수하다. 남수원초등학교, 권선중학교, 곡정고등학교 등이 부지 주변에 위치해 있어 학군도 양호한 알짜자산이라는 평가다.

현재 4층 이하의 상가 및 단독주택 개발이 가능한 상황이다. 인근에 위치한 공군비행단 이전이 확정되면 용도변경 등을 통해 고도를 높일 수 있어 개발 잠재성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HDC현산은 일괄매각은 어렵다고 판단해 순차적으로 개별 매각을 추진할 계획이다.

HDC현산의 재고자산 매각 검토는 회사의 유동성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금융권이 부동산 시장의 미분양 확산을 우려해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의 문턱을 높였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초 발생한 광주화정아이파크붕괴사고의 영향으로 HDC현산이 사업에 참여하며 채무보증을 제공 중인 사업장은 신용공여조차 제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HDC현산 관련 사업장의 대출이 차단되면서 HDC현산은 시행사의 사업비를 자사가 직접 현금으로 대여해주고 있다. 최근 포항2차 IPARK 공동주택 신축공사와 천안성성5·6지구 아파트 신축사업에 대한 사업비 채무보증 연장을 중단하고 금전대여를 결정한 것이 대표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증권사의 경우 거의 모든 회사가 HDC현산과 관련한 사업비 대출을 중단한 상태"라며 "HDC현산의 신용등급이 비교적 높은 편이지만 영업정지나 등록말소 처분을 앞두고 있는 특수한 상황이라 사업비 대출을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

HDC현산은 지난 1월 발생한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로 서울시로부터 1년 영업정지 또는 건설업 등록말소 등의 처분을 받을 예정이다. 서울시의 처분은 오는 9월 확정될 예정이며 회사는 결과에 따라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등을 통해 대응할 예정이다.

HDC현산은 부지 매각을 추진 중인 것은 맞지만 유동성 확보 차원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HDC현산 관계자는 "수원시의 도시개발사업에 따라 회사가 해당 부지를 주택용지로 공급하게 돼있었다"며 "인허가와 민원 처리 과정에서 시기가 늦어졌고 공교롭게도 이 시점에 민간에 매각하게 됐다. 회사의 유동성 확보와 관련이 없는 사안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