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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 주권(主權)'이 흔들린다
민승기 차장
2022.07.25 08:06:05
국민 생명과 직결...원료 등 부족현상으로 의약품 생산 중단되기도
이 기사는 2022년 07월 22일 08시 22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팍스넷뉴스 민승기 차장] 제약주권(主權)은 의약품 개발·생산·공급에 있어 대외적으로 의존하지 않고 독립성을 갖는 것을 말한다. 국민 생명과 직결되는 건강권을 지키려면 국가가 주요 의약품을 직접 개발·생산·공급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의미로 주로 사용된다. 그만큼 제약주권은 보건안보와도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로 꼽힌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와 러시아-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장기화되고 있는 탓일까. 제약주권이 조금씩 흔들리는 모양새다. 원료의약품 수급이 원활치 않아 생산이 중단되거나 일정이 미뤄지는 일도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국내 의약품 생산에 필요한 원료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2019년 기준 국내 원료의약품의 자급률은 16.2%에 불과하며 이마저도 매년 감소하는 추세다.


의약품 부자재, 포장재 부족으로 의약품 생산에 차질을 빚는 사례도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의약품 포장에 사용되는 알루미늄 호일 부족 문제다. 호일은 효과적으로 빛을 차단하며 증기, 가스, 습기, 기온 침투를 막아주기 때문에 의약품 포장에 많이 사용된다. 하지만 최근 전세계적으로 호일 공급이 부족해졌고, 이에 따라 일부 의약품 생산이 중단됐다. 생산중단으로 공급이 부족해지자 시장에서는 품절사태가 벌어지는 등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업계는 의약품에 사용되는 감미료·방향료 등 첨가물 공급도 부족하다고 입을 모은다. 통상 시럽 제형 의약품에는 단맛을 내는 백당 등의 첨가제가 포함된다. 약을 먹기 싫어하는 아이들의 복용을 돕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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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원료의약품 등 자급률이 낮으면 제약주권이 쉽게 흔들릴 수 밖에 없다. 팬데믹, 기후변화, 자연재해 등 긴급상황이나 다른 국가들의 외교적 논리 등에 따라 국민 건강이 좌우될 수 있다는 말이다.


실제로 동남아 국가 등은 제약주권을 확보하지 못해 다양한 부작용을 겪고 있다. 베트남의 경우 수입의약품 비율(2019년 기준)이 무려 65%에 달한다. 베트남 국민의 건강권이 다국적제약사들 손에 달렸다는 의미다.


필리핀도 의약품 수입 의존도가 높은 대표적인 국가다. 과거 필리핀이 자국 제약산업 육성에 실패하면서 오리지널 의약품을 세계 평균 수준보다 15배나 비싼 가격으로 구입하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제약주권이 무너지면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를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우리나라도 제약주권을 확립하지 못해 굴욕외교를 해야만 했던 흑역사가 있다. 2009년 신종플루 대유행 당시 백신을 생산하는 주요 선진국들은 자체생산을 통해 우선적으로 백신을 확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백신 자급능력이 충분하지 않아 정부 관계자가 글로벌 백신 생산 제약사가 있는 나라에 급파됐다. '백신구걸'을 하러 다닌 것이다. 백신구걸 이후 13년여 만에 또 다시 우리나라 제약주권이 흔들리고 있다. 


'주권(主權)'의 사전적 의미는 '가장 중요한 권리'다. 즉, 제약주권이 흔들리면 국민 생명권의 지키는 데 필요한 가장 중요한 권리가 흔들린다는 말과 같다. 전문가들 역시 이대로 가다가는 지혈제가 없어서 수술을 못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제약주권은 단기간에 개선하기 어려운 분야다. 더 늦기 전에 정부와 산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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