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새미 기자] 이제는 1조원 이상 글로벌 매출을 낼 수 있는 국산 블록버스터 신약이 나와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또 이러한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신약개발에 필요한 연구개발(R&D) 비용은 물론, 혁신인재와 제조시설 확보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엄승인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본부장(사진)은 팍스넷뉴스가 21일 개최한 '2022 제약바이오 포럼'에 참석해 "이제 1조원 이상 글로벌 매출을 낼 수 있는 블록버스터가 하나 이상 반드시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에서 R&D 투자를 수십년 했는데 아직 블록버스터를 못 만들고 있는 부분에 대해 고민을 좀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통상적으로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이라면 연매출 10조원 이상을 내야 하지만 엄 본부장은 국내에서는 1조원 이상 글로벌 매출을 낼 수 있는 신약도 블록버스터라고 정의했다.

엄 본부장은 블록버스터 신약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현재 1500여 개의 국내 신약 파이프라인이 5000개로 확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파이프라인은 해외에서 도입할 수도 있고, 투자를 통해 콜라보레이션을 하는 등 여러 가지 방법을 활용해 확대할 수 있다"며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신약 파이프라인이 5000개 이상으로 증가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신약 파이프라인을 이처럼 늘리기 위해서는 R&D 자금도 충분히 유입돼야 한다는 게 엄 본부장의 지론이다. 그는 2020년 국내 제약바이오 상장사들의 평균 매출액 대비 R&D 비용 규모가 10.7%로 집계됐는데, 해당 비율이 15%까지 상승해야 블록버스터 신약이 탄생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정부의 R&D 투자가 초기 뿐만 아니라 임상 2·3상에 이뤄져야 하고, 이를 위해 정부와 민간이 공동으로 '메가펀드'를 구성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한편 엄 본부장은 국내에서도 블록버스터 신약 창출 역량을 가진 글로벌 빅파마가 나올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한국의 현재 경제 수준에 비하면 글로벌 빅파마가 안 나온 게 이상한 수준"이라며 "이제 인수·합병(M&A) 등 여러 가지 환경 조성을 통해 우리나라에서도 빅파마가 나오면 어떨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꼭 회사와 회사를 합치는 게 아니라 새로운 기술의 파트를 합치는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국내 기업 규모가 커져야 한다"며 "왜냐하면 경쟁 상대가 우리끼리가 아닌 글로벌로 나아가야 하기 때문"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물건(신약)이 있으면 팔아야 되는데 그것을 팔 수 있는 능력도 과연 다 갖추고 있는지 짚어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엄 본부장은 글로벌 빅파마를 만들기 위해선 통합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중장기 전략을 수립하고, 거시적 관점에서 R&D 비용 투자 현황을 살펴볼 수 있는 통합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연구자가 연구만 할 수 있는 전 주기적 패키지 모델이 필요하다"며 "통합 거버넌스 구축을 통해 반드시 블록버스터가 나오고 글로벌 제약사로 클 수 있게 힘을 써줘야 한다"고 피력했다.

마지막으로 엄승인 본부장은 "1조원 이상의 글로벌 매출을 낼 수 있는 블록버스터 신약이 나오면 우리나라가 자신감을 얻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는 건 순식간일 것"이라며 "국내에서 블록버스터를 만들 수 있도록 정부가 좋은 정책으로 뒷받침하고, 민간에서 벤처캐피탈(VC)들이 많은 투자를 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