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성준 기자] 현대건설이 양호한 2분기 실적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이 시장 전망치를 넘어서지 못한 배경으로 해외 사업장의 원가부담이 작용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대건설의 2분기 매출액은 5조 5794억원, 영업이익은 1754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각각 27.3%, 24.4% 증가했다. 이는 증권사 컨센서스와 비교해 매출액은 14.6% 상회한 수치이지만, 영업이익은 3.8% 하회하는 것이다.

전년대비 매출이 증가한 배경을 살펴보면 국내보다 해외 영향이 컸다. 현대건설의 해외 매출액은 전년동기대비 113.1% 증가했고, 현대엔지니어링의 해외 매출액도 같은 기간 71.1% 증가했다. 파나마 메트로 3호선과 인도네시아 발릭파판 정유공장 고도화 프로젝트 등 공사비 1조원 이상 대형 현장의 공정이 본격화한 영향이다.

다만 해외 현장의 추가 원가를 반영하면서 이익은 기대치를 밑돌았다. 우선 HPC(정유 부산물 기반의 석유 화학 공장) 프로젝트 발주처의 정산 지연이 영향을 미쳤다. 특히 이라크 카르발라 정유공장에서 추가로 공사원가가 반영된 것이 이익 축소로 이어졌다. 이라크 카르발라 정유공장에서 발생한 추가 원가 비용은 약 700억원으로 현대건설이 200억원, 현대엔지니어링이 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올해 1분기 현대건설의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이라크 카르발라 공장의 공정률은 99%로 사실상 마무리되는 수순이다. 다만 이 현장의 미청구공사 총액은 1191억원, 공사미수금도 206억원에 달한다. 카르발라 현장에서 11%의 공사도급을 맡은 현대엔지니어링도 미청구공사 총액 567억원, 공사미수금 85억원으로 적지 않은 규모였다. 

미청구공사액은 시공사가 공정률을 초과해 공사비를 투입한 경우 발생한다. 시공사가 이미 투입한 금액이지만 발주처가 공사비 초과의 사유를 인정하지 않을 경우 미청구공사비로 인식한다. 공정률이 일정 단계에 도달했지만, 발주처가 아직 공사비를 지급하지 못한 경우에도 미청구공사액이 잡히기도 한다. 이중에서도 공정이 막바지 단계에 도달해 미청구공사액이 발생한 경우, 혹은 그 규모가 전체 공사비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경우에는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인플레이션에서 비롯된 전반적인 공사비 상승도 매출원가율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현대건설의 연결기준 올해 1분기 매출원가율은 90.4%였지만 2분기에는 91.6%로 1.2%포인트 높아졌다.

해외 공사 현장에서 예상치 못한 손실이 발생했지만 현대건설의 향후 실적 전망은 어둡지 않다. 우선  상반기 누적 연결 신규수주는 21조원을 기록하며 연간 목표치의 74%를 달성했다. 3분기부터는 국내부문 매출 회복과 해외 프로젝트의 공정 본격화로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

풍부한 현금 보유량도 사업을 이어가는 데 든든한 버팀목이다. 현대건설은 현금 및 현금성 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을 4조5258억원 보유하고 있다. 순현금은 2조7274억원이다. 부채비율도 108.3%로 이전과 변함없이 양호한 상태를 유지 중이다.

서현정 하나증권 연구원은 "현대건설은 하반기부터 주택부문 성장뿐만 아니라 해외 매출 본격화로 실적 턴어라운드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주가 모멘텀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며 "이밖에 원전이라는 신사업 부문의 성장동력 확보도 기대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