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보람 기자] 신원이 수차례 벌이고 있는 자기주식(자사주) 매입행진이 본래 성격인 주주가치 제고보다는 오너일가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효과가 더 컸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자사주 매입이 주가 낙폭을 줄이는 데 집중돼 온 터라 일반 주주들은 수혜를 못 본 반면 오너일가의 간접 지배력은 확대됐단 이유에서다.

신원은 2020년부터 총 8차례에 걸쳐 자사주 매집에 나섰다. 명분은 코로나19로 인해 하락세를 면치 못하던 회사 주식을 취득, 주주가치를 제고하겠단 것이었다. 이에 따라 신원은 2020년 2월 시작한 1차 매입을 시작으로 2020년부터 2021년 1월까지 총 5차례(621만주) 자사주를 사들였다.

자사주 취득은 이후에도 계속됐다. 신원은 지난해 2월과 올해 5월 각각 100만주를 매입했고, 현재도 150만주를 취득하기 위해 매집 중이다. 현재까지 신원이 취득한 자사주는 총 917만주로 발행주식(9556만주)의 10.2%에 이른다.

다만 130억원을 들인 자사주 매입 효과는 크지 않았던 것으로 평가된다. 신원이 첫 자사주 매입을 결정한 2020년 2월 대비 현재 주가는 1495원에서 1710원으로 14.4% 올랐는데 이는 동 기간 코스피 상승률(15.6%)보다 1.2%포인트 낮은 수준인 까닭이다. 이에 시장에선 신원의 자사주 매입 전략이 주가부양보단 추가 하락을 최소화하는 데 방점을 찍었기에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단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실제 지난 5월부터 6월 17일까지 이어진 신원의 자사주 매입 내역을 보면 회사는 취득키로 한 자사주 100만주 가운데 79만주(79%)를 6월 13일부터 17일까지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이 기간 신원 주가는 1890원(6월 10일 종가)에서 1655원으로 12.4% 떨어졌다. 시가가 아닌 회사의 적정 매수희망액대로 주문을 넣다 보니 주가가 떨어질 때 매매계약이 체결된 것이다.

최근 진행 중인 자사주 매입 역시 비슷한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 신원은 지난달 20일부터 매 영업일마다 25만주에서 최대 35만주에 달하는 매수주문을 걸어놓고 있지만, 정작 매입한 날은 총 25일 가운데 10거래일에 불과하다. 

나아가 신원이 주식 10만주 이상 매입한 날은 대체적으로 전일 대비 주가가 빠졌다. 신원은 자사주 취득을 시작한 지난달 20일만 해도 15만주의 자사주를 사들였는데, 이날 회사 종가는 전일 대비 3.93% 하락했다. 이어 30만주, 35만주를 매입한 6월 23일과 이달 1일 종가는 전날보다 각각 8.98%, 3.37% 떨어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신원의 자사주매입이 오너의 지배력 강화에 초점이 맞춰진 것 아니냐는 반응도 일각서 나오고 있다. 일반 주주들과 달리 신원의 대주주인 티앤엠커뮤니케티션즈(티앤엠)를 비롯한 신원 오너일가는 주력사의 자사주 매입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까닭이다.

신원그룹은 박성철 회장 등 오너일가→티앤엠→신원→계열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구축해 놨다. 이 지배구조 고리의 취약점은 티앤엠이 신원 지분을 18.8%밖에 보유하지 못한 게 꼽혀 왔는데 자사주 소각과 매각을 통해 이러한 고민을 해결할 수 있다.

우선 취득한 자사주를 모두 소각(1700만주)할 경우 티앤엠의 신원 보유지분은 단숨에 20% 중반으로 뛰어오른다. 반대로 총 주식의 17.8%에 달하는 자사주를 우호세력에 넘긴다면 박성철 회장 일가는 간접적으로 신원 지분을 36.6%까지 확보할 수 있다. 즉 취득한 자사주 재원이 신원 곳간에서 전량 나왔단 점을 고려하면 오너일가는 본인들 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지배력을 강화하는 효과를 누리게 되는 셈이다.

신원 관계자는 이에 대해 "주가방어를 위해 자사주를 매입해오고 있으며 현재까지 소각 등의 논의는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