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보람 기자]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 등 국내 대표 화장품회사가 올 상반기 어닝쇼크급 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이들의 기초체력이 아직 건재하단 점은 위안거리로 꼽히고 있다. 전성기 시절 강화해 놓은 재무건전성 덕분에 실적부진을 최소화하는 효과를 봤고 대규모 투자나 인수합병(M&A) 등 현재의 위기를 타개해 나갈 여력도 갖춰놨단 이유에서다.
3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올 3월말 기준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순차입금(차입금-현금자산)은 마이너스(-) 1조4533억원, LG생활건강은 -922억원을 기록했다. 순차입금이 마이너스라는 것은 보유현금만으로 언제든 차입금 등 부채를 털어낼 수 있음을 의미한다.
두 회사가 우량한 체력을 갖춘 덴 2010년대 중반 중국시장에서 크게 재미를 볼 당시 벌어들인 순이익 대부분을 곳간에 쌓아 놓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경우만 봐도 2010년 7238억원이었던 보유현금은 올 1분기 기준 1조9324억원으로 불었는데 이는 2010년대 초반 3000억원 수준이던 순이익 규모가 중반에 8000억원 수준으로 늘어난 데 반해 같은 기간 M&A 등 대규모 지출도 없었던 영향이 컸다.
LG생활건강은 아모레퍼시픽그룹과 달리 더크렘샵, 에버라이프, 긴자스테파니 등 해외뷰티회사 인수에 1조원 이상을 썼음에도 현재 5230억원의 현금자산을 보유 중이다. 경쟁사 대비 전성기가 길었던 덕에 수 차례 투자에도 풍족한 곳간 상태를 유지한 것.
이들 회사의 안정적인 재무상태는 최근의 실적 부진을 조금이나마 상쇄하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자칫 금융비용으로 인한 추가손실을 막았단 점에서다. 예컨대 LG생활건강의 경우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3922억원, 세전이익은 3555억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차입에 따른 금융비용이 작은 편이다보니 영업이익과 세전이익간 괴리가 크지 않았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경우엔 적은 이자지출액에 더해 관계사 지분법이익 등이 더해지면서 반기 세전이익(1757억원)이 영업이익(1603억원)을 상회하는 결과를 내기도 했다.
양사가 보유한 현금은 추후 실적 개선에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각각 3922억원, 160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4.5%, 48.2% 각각 감소한 상태다. 최대 시장인 중국이 도시 봉쇄에 들어가면서 화장품 판매에 애를 먹었기 때문이다. 이에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그룹은 북미와 유럽 등 중국 외 지역에서의 매출 확대를 지상 과제로 꼽고 있으며 이들이 쥐고 있는 현금은 설비·마케팅·M&A 등 시장 안착에 쓰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뷰티업계 한 관계자는 "LG생활건강은 부진한 실적을 반등하기 위한 방안으로 북미 등 중국 외 해외사업 확대를 꼽았다"며 "이러한 행보는 10여년 전부터 해당 국가에 소재한 뷰티기업들을 인수했기에 내세울 수 있는 전략"이라며 "그간 M&A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 아모레퍼시픽이 올 상반기 어닝쇼크를 계기로 보유현금을 풀지도 업계 관심사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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