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재민 기자] 제주맥주가 기업공개(IPO) 당시 내세웠던 실적 가이드라인을 지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회사 측은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해외 시장 진출을 통해 실적을 개선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관련업계는 일단 막대한 영업∙마케팅 비용이 든다는 점을 들어 다소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제주맥주는 지난해 향후 5년(2021~2025년)간의 실적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었다. 구체적으로 지난해 매출 495억원에 영업이익 13억원으로 흑자전환을 달성한 뒤, 2025년(매출 1884억원, 영업이익 383억원)까지 매출은 연평균 39.7%, 영업이익은 90.1%씩 늘리겠다는 청사진이었다.

그러나 제주맥주는 지난해 매출 285억원과 영업손실 72억원으로 첫 해부터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못했다. 점유율 확보를 위해 광고선전비(35억원), 판매촉진비(27억원) 등의 마케팅비를 대거 집행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시장 둔화 및 경쟁 심화로 외형 성장을 이끌지는 못한 결과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제주맥주는 올해부터 실적 개선을 위한 다양한 사업 전략을 추진할 계획이다.

우선 라거 시장 진출을 본격화한다. 엔데믹 시대로 접어들면서 유흥 시장이 활기를 띌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라거 제품 판매를 활성화해 시장 수요를 잡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제주맥주는 올 6월 첫 라거 제품 '프로젝트 001'을 출시했다.

아울러 포트폴리오 다변화에도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지난달 논알콜 맥주 '제주누보'를 출시한 제주맥주는 제품군을 기존 에일 중심의 '오리지널'과 문화 콘텐츠 요소를 가미한 '캐주얼', 이색 제품을 선보이는 '넥스트' 라인으로 구성해 라인업을 확대할 예정이다.

이외 해외시장 진출에도 적극 나선다. 지금껏 미국, 대만, 일본 등 총 12개국에 테스트 수준으로 제품 수출을 진행했던 제주맥주는 생산 케파 등을 확대해 해외 사업을 본격화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관련업계 관계자들은 제주맥주의 이 같은 전략이 기대 만큼의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지는 의문이라는 시각을 보였다. 해당 전략을 통해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해선 막대한 영업∙마케팅 비용이 동반돼야 하는 만큼 수익성을 큰 폭으로 개선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봐서다.

A주류업체 관계자는 "주류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대량 생산이 가능한 대표 제품과 소비자들에게 제품을 알릴 수 있는 마케팅 역량 및 비용이 필요하다"며 "일반적으로 신제품 출시 전략은 외형 성장을 가속화할수록 수익성은 악화되는 만큼 매출과 영업이익을 동시에 개선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B주류업체 관계자 역시 "제주맥주가 취하고 있는 전략의 방향성은 다양한 소비자들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소비자 만족도 등을 제고하는 데는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실적을 큰 폭으로 개선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제주맥주 관계자는 "실적 가이드라인은 중요한 경영 과제 중 하나로 성장성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순차적으로 실현할 계획"이라며 "시장의 불확실성 등의 변수에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마련하고 경쟁력 있는 신제품을 출시한다면 중장기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