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설동협 기자] 미국이 중국의 영향력을 억제하고 글로벌 공급망의 주도권을 갖기 위한 법안을 추진하면서, 현대자동차그룹의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 미국 현지에서 전기차 판매시 받는 세제혜택 요건이 까다로워지면서, 판매 계획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원은 오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전기차 구매 시 세액을 공제하는 내용이 포함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과시켰다.
새 전기차를 구매할 시 소비자에게 7500달러(약 980만원), 중고 전기차를 사는 저소득·중산층에는 4000달러(약 520만원)를 세액공제 해준다는 내용이다. 기업의 입장에선 세제혜택에 따른 차량 1대당 마진이 더 크게 남는다는 이점이 있다.
관심은 국내 대표 완성차업체인 현대차그룹에 쏠린다. 현대차그룹이 북미 전기차 시장에 힘을 싣고 있는 만큼, 표면적으로는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을 통해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다만 법안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보면 세제 혜택을 받는 조건이 상당히 까다롭다.
먼저 세제 혜택을 받기 위해선 차량 생산을 미국 현지에서 해야만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한 배터리 부품과 그 원재료를 미국 또는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나라에서 일정 부분 조달해야 한다.
특히 미국 안보에 우려되는 '외국 회사' 부품이나 핵심 원재료를 포함한 경우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완전히 배제된다. 사실상 중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배터리 소재와 부품을 조달해야 한다는 의미다. 미국 입장에선 중국의 경제 영향력을 낮추고, 세계 공급망의 패권을 쥐겠다는 복안인 셈이다.
이 법안을 적용할 경우, 현대차그룹의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5'와 'EV6'는 현지 생산이 아니기 대문에 법안이 시행되는 내년부터 보조금을 받을 수 없게 된다. 현재 현대차그룹은 연내 GV70 전동화 모델을, 2024년 EV9을 현지 생산할 계획을 갖고 있지만, 북미에서 흥행 중인 아이오닉5와 EV6의 현지 생산 계획은 잡히지 않은 상태다.
문제는 생산 시기다. 현대차가 최근 미국 조지아주에 세우기로 한 전기차 전용 공장은 오는 2025년에야 완공된다. 아이오닉5와 EV6의 현지 생산이 이뤄질 수 있는 현실적인 시점도 이때부터다. 결국 현대차로선 당분간 미국에서 인기 전기차 모델에 대한 보조금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는 셈이다.
북미 전기차 시장 점유율 확대를 꿰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의 전동화 전략에도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현대차그룹은 오는 2030년까지 북미 시장에서 약 84만대의 전기차 판매량을 목표로 하고 있는 상태다.
현대차그룹은 법안이 최종 통과가 되지 않은 만큼, 향후 추이를 지켜보면서 대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아직 미국 하원의 동의가 필요하고 최종 발효가 안된 만큼, 추후 상황을 지켜보면서 대응 방안을 수립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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