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엄주연 기자] 휠라홀딩스의 글로벌 로열티(상표권 사용료) 수익이 북미에서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휠라의 '글로벌 5개년 전략'이 본격화되면서 로열티 계약에 의존한 현지화 전략 대신 자회사인 휠라USA를 통한 판매 중심으로 일관된 제품을 전달하는데 집중하기로 한 까닭이다. 

17일 휠라홀딩스의 올해 2분기 IR자료에 따르면 휠라홀딩스가 전세계에서 벌어들인 로열티 수익은 19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5% 증가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유럽·중동·아프리카(EMEA)에서 가장 많은 97억원을 기록했고 다음으로 아시아(52억원), 남미(26억원), 북미(14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눈에 띄는 점은 이들 지역 가운데 북미에서만 전년 동기 대비 로열티 수익이 줄어들었단 점이다. 휠라홀딩스의 북미 로열티 수익은 지난해 2분기 28억원이었지만 올해 2분기에는 14억원을 기록하면서 1년 사이에 반토막 났다. 이에 따라 상반기 로열티 수익도 전년 동기 대비 39.6% 감소한 27억원에 그쳤다. 

이처럼 북미 지역만 매출이 감소한 것은 미국 3대 백화점 중 하나인 '콜스'와 로열티 계약을 연장하지 않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휠라는 콜스와 유통사 계약과 로열티 파트너사 계약을 맺고 있다. 이번에 로열티 계약이 종결되면서 휠라USA 제품은 매장에서 판매 가능하지만 콜스가 만든 제품에 휠라 상표만 단 상품들은 더 이상 판매할 수 없게 됐다. 

휠라홀딩스가 콜스와 재계약에 나서지 않은 것은 올해 2월 발표한 '글로벌 5개년 전략'과 무관치 않다. 휠라는 이번 계획에서 '브랜드 가치 재정립'을 첫 번째 축으로 삼고 글로벌 브랜드로서 통일된 정체성을 수립하기로 했다. 이에 직접 운영 중인 미국 시장부터 일관된 제품을 전달하기 위해 직접판매를 늘리는 식으로 채널 조정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휠라홀딩스 관계자는 "북미 로열티 수익이 줄어든 것은 현지 업체인 콜스와의 계약이 만료되면서 해당 매출이 빠졌기 때문"이라며 "미국 시장은 휠라USA를 통해 직접 운영하다 보니 글로벌 공통 제품에 대한 필요성을 더 크게 느꼈고, '글로벌 5개년 전략'에 따라 휠라USA를 통한 판매 비중을 늘리는데 집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휠라홀딩스는 북미 로열티 수익이 줄어든 것에 대해서도 큰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글로벌 5개년 전략' 실행을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인 데다 다른 부문에서 호실적을 기록하며 매출 방어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실제 휠라홀딩스는 북미 지역 매출 감소에도 남미나 EMEA 지역에서의 선전과 자회사 아쿠쉬네트의 호실적에 힘입어 2분기 15% 늘어난 1조171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휠라홀딩스는 미국 시장에서 기존 홀세일(도매) 중심에서 온라인 채널로 매출 비중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올해 초 기준 휠라USA의 매출 비중은 홀세일이 95%, 온라인이 5%를 차지하고 있다. 이렇게 홀세일 비중이 높은 미국 시장에서 사업 모델 혁신을 통해 2026년에는 온라인 채널 비중을 최대 2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휠라홀딩스는 기존에 지역화 전략을 앞세워 라이센시들에게 의존하는 형태로 사업에 나섰으나 '글로벌 5개년 전략'을 통해 브랜드 가치 제고에 나섰다"며 "미국 시장에서 저마진 홀세일 비중을 줄이고 판매 채널 조정에 나서면서 변화를 시작한 만큼 아직은 지켜봐야하는 시기"라고 설명했다. 

한편 휠라홀딩스는 지난 2월 향후 5년 동안 1조원 이상의 투자를 바탕으로 그룹 미래 성장을 견인할 글로벌 5개년 전략 '위닝 투게더'를 발표했다. 이번 전략은 ▲브랜드 가치 재정립 ▲고객 경험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 구축 ▲지속 가능 성장 등 세가지 축이 중심을 이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