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수빈 기자] LG이노텍의 재고자산이 전년 대비 40% 가까이 증가했다. 최대 고객사인 애플의 하반기 아이폰14 출시에 따라 생산량을 늘린 데 더해 차량용 카메라모듈, 5G 통신용 반도체 기판 수요가 증가한 영향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세계적인 경기침체 영향으로 높아진 재고자산이 향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18일 LG이노텍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6월말 기준 재고자산은 1조4324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재고자산 1조158억원 대비 41% 증가한 규모다.

LG이노텍은 매출 증가세와 함께 재고자산을 꾸준히 확대해왔다. 2018년 7조9821억원이었던 LG이노텍의 매출은 2021년 14조9456억원으로 87% 가량 증가했다. 또한 올 상반기에도 7조6543억원을 기록하면서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재고자산 역시 매출과 함께 증가해왔다. 2018년 5202억원이었던 재고자산은 2021년 1조3920억원으로 증가했다. 매출 성장세에 따라 재고자산을 늘려 수요에 대응해온 것이다. 일반적으로 과잉재고는 기업 경영에 부담으로 작용하지만 LG이노텍의 경우 시장 호황에 따른 자연스러운 재고 확보 관점에서 바라봐야 하는 이유다.

특히 LG이노텍은 최대 고객사인 미국 애플의 하반기 아이폰 시리즈 출시에 맞춰 3분기까지 생산량을 확대한다. 이에 따라 카메라모듈을 생산하는 광학솔루션 사업부의 재고자산이 상반기 마다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한다. 올 상반기에 광학솔루션 사업부의 재고자산은 1조384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체 재고자산의 72%에 해당하는 규모다.

다만 올해는 아이폰 14 출시를 고려해도 광학솔루션 사업부의 재고자산은 높은 수준이다. 애플은 올 하반기 아이폰 14의 생산량을 지난해 출시된 아이폰13과 마찬가지로 9000만대로 계획했다. 즉 아이폰에 탑재될 LG이노텍의 카메라모듈 물량은 지난 하반기와 비슷한 수준으로 전망되는 것이다.

하지만 광학솔루션 사업부의 재고자산은 지난해 상반기 6666억원에서 올해 1조384억원으로 약 56%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차량용 카메라모듈 수주 확대에 따른 영향이라는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LG이노텍이 차량용 카메라모듈 사업에서 첫 흑자를 냈다"며 "테슬라를 포함해 다양한 글로벌 완성차 기업과 대규모 공급계약을 체결하면서 수주량을 대폭 늘렸다"고 말했다. 이어서 "이에 따라 차량용 카메라모듈 재고를 늘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LG이노텍은 올해 초 차량용 카메라 사업 부문을 전장부품 사업부에서 광학솔루션 사업부로 이관한 바 있다.

기판소재 사업부의 재고자산도 지난해 상반기 1181억원에서 올해 1633억원을 기록하며 같은 기간 38% 증가했다. 이 역시 무선주파수 패키지 시스템(RF-SiP)용 기판, 5G 밀리미터파 안테나 패키지(AiP)용 기판 등 5G 통신용 반도체 기판 수요가 증가한 영향이다. 기판소재 부문 매출은 올 2분기 전년동기 대비 25% 증가한 4517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재고자산회전율이 감소한 건 우려되는 부분이다. 업계에서는 세계적인 경기침체에 따라 재고자산회전에 변수가 생길 수 있다고 전망한다. 업계 관계자는 "LG이노텍은 지금까지 매출 확대에 따라 재고자산이 쌓여도 충분히 커버가 가능했지만 경기침체로 인해 변수가 커진 상황"이라며 "스마트폰을 포함한 전자기기 수요 감소로 카메라모듈은 물론 기판 부문도 재고자산회전율이 더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LG이노텍의 재고자산회전율은 2018년 12.3%에서 올 상반기 9.2%로 떨어진 상태다. 재고자산회전율은 매출원가를 재고자산으로 나눈 것이다. 보통 기업이 보유한 재고자산을 판매하는 속도를 측정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LG이노텍은 아이폰 출시에 맞춰 재고를 늘리면서 지난해에도 상반기 재고자산회전율이 9.8%로 하락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같은 이유로 재고자산회전율이 낮아진 상태다. 하지만 세계적인 경기 변동성이 커짐에 따라 업계에서는 재고자산회전율의 감소가 하반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바라보는 것이다.

이에 대해 LG이노텍 관계자는 "재고자산이 증가한건 하반기 공급 예정 물량에 따른 것"이라면서 "회전율 감소도 재고자산 증가에 따른 영향"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