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홍기 기자] 대웅제약 창업주인 윤영환 대웅그룹 명예회장(사진)이 향년 88세의 나이로 20일 오전 2시 별세했다. '우루사 신화'를 남기고 2014년 경영일선에서 물러난지 8년여 만이다.

고(故) 윤영환 명예회장은 1934년생으로 성균관대 약대를 졸업하고 부산의 선화약국을 운영했다.그러다 1966년 대웅제약의 전신인 대한비타민을 인수하며 기업 경영에 뛰어들게 됐고, 1978년 사명을 대웅제약으로 변경했다.

그는 대웅제약 창업주로서 약학에 대한 열정과 신념, 인재경영을 기반으로 대웅제약을 토털 헬스케어 그룹으로 발전시켰다. '좋은 약으로 국가를 돕는다'는 의약보국(醫藥報國) 신념으로 제약회사 경영을 넘어 국내 제약산업 발전의 초석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고인은 평소 직원들에게 "자신의 목표와 이를 달성하기 위한 계획을 1분 내로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나 최고경영자가 될 수 있다"고 말할 정도로 성공과 목표를 중요시했다. 고인이 영업쪽 관련 책임을 지고 있을 때는 매일 아침 영업부서 사무실을 방문해 사원들과 함께 영업 목표와 방식에 대해 현장에서 토론했던 일화는 유명하다.

윤 명예회장은 이 같은 열정으로 1974년 국내 최초로 '우루사'의 연질 캡슐을, 1988년 국민 소화제로 꼽히는 '베아제'를 출시하면서 대웅제약의 기반을 다졌다. 특히 우루사는 독보적이었다. 1978년 22억원의 매출로 당시 전체 의약품중 1위를 달성했고, 1983년에는 매출액 120억원 달성으로 연질캡슐 생산 10여년 만에 100배 성장하는 쾌거를 이뤘다. 우루사는 지난해 기준 매출액만 886억원으로 대웅제약의 간판 제품으로 자리잡았다.

그는 이에 그치지 않고 2001년 국내 바이오 신약 1호인 '이지에프(EGF)'를 순수 국내 생명공학 기술로 개발하는 데도 성공했다. 여기에 개량 복합신약인 '올로스타', 보툴리눔 제제 '나보타' 등 다양한 제품 역시 선보였다. 이 덕분에 실적을 대폭 개선하며 자본금 1000만원짜리 회사를 은퇴하던 2014년 271억원으로 2700배나 키울 수 있었다. 

실제 1981년 182억원이던 매출을 2001년 2286억원으로 13배나 늘렸고, 영업이익 역시 같은 기간 43억원에서 321억원으로 7배 넘게 끌어올렸다. 이후 2002년에는 대웅제약을 물적분할 해 지주사 대웅을 출범시키며 수직계열화에 성공하며 사세를 더 빠른 속도로 확장했다. 2011년 처음으로 매출액 7000억원을 돌파하며 국내 대형 제약사로 당당히 이름을 올렸고, 2014년 당시엔 8940억원으로 기록하며 '빅3'로 올려놨다. 

눈길을 끄는 건 공격적 외형 확장 전략을 펼치면서도 재무건전성까지 챙겼단 점이다. 같은 기간 대웅의 부채비율은 50% 전후를 기록할 만큼 안정적 흐름을 이어갔다.

일선에서 물러난 후 윤 명예회장은 보유주식을 출연해 석천나눔재단 설립하는 한편, 직원들의 복지 처우 개선 등을 위한 사내근로복지기금 재원을 확충하기도 했다. 현재 석천나눔재단은 대웅제약의 의약분야에 대한 경험과 기술을 바탕으로 생명과학 발전을 위한 지원사업을, 대웅재단은 국내외 장학 및 학술연구지원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한편 대웅제약측은 고인의 유지에 따라 조문과 조화를 정중히 사양하고, 빈소와 장지 역시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고 윤 명예회장의 유족은 윤재용·윤재훈·윤재승·윤영 씨 등이다. 대웅제약은 현재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 중이며, 자녀 중에서는 삼남 윤재승 씨가 대웅제약 최고비전책임자로 회사의 경영에 관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