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새미 기자] 고(故) 윤영환 명예회장의 별세 이후에도 윤재승 대웅그룹 최고비전책임자(CVO, 전 대웅그룹 회장)의 지배 구도는 견고할 전망이다. 고인이 대웅그룹 관련 지분을 전혀 보유하지 않고 있는 데다, 윤 CVO가 대웅재단과 석천나눔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는 등 나머지 형제들이 범접할 수 없는 압도적 지배력을 갖고 있는 까닭이다.

윤 CVO는 3남1녀 중 셋째다. 검사 출신인 그는 1995년 대웅제약 부사장으로 입사해 1997년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했고, 2014년 부친인 윤 명예회장이 은퇴하면서 대웅그룹 회장직에 올랐다. 하지만 각종 논란이 터진 탓에 4년 만에 회장직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고, 이때부터 대웅그룹은 전문경영인(CEO)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반면 지배구조는 2014년과 동일한 상태다. 윤 CVO(11.61%) 등 오너일가 및 특수관계인이 38.06%의 지분을 통해 지주사 대웅을 지배하고 ▲대웅이 대웅제약(47.71%)을 ▲ 대웅제약이 한올바이오파마(30.85%)를 거느리며 전 계열사를 관리하고 있다. 이는 윤 CVO가 회장이 2세 승계 밑그림이 그려진 2009년 이미 형제들을 제치며 확고한 입지를 다진 데다, 회장이 된 이후 공익재단까지 선점한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 대웅그룹은 2009년 가족회사였던 대웅화학을 지주사 대웅에 합병시켰다. 이로 인해 당시 윤영환 명예회장의 대웅 지분율은 9.09%로 종전보다 7.34%포인트 하락한 반면, 그의 자녀들의 지주사 지배력은 대폭 상승했다. 장남 윤재용 전 대웅제약 부사장이  5.74%에서 10.43% ▲차남 윤재훈 알피코프 회장이 3.21%에서 9.37% ▲삼남 윤재승 CVO가 8.11%에서 12.24% ▲장녀 윤영 전 대웅생명과학 대표가 3.09%에서 5.24%로 치솟았다. 시작부터 윤 CVO가 다른 형제들보다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던 셈이다.

여기에 장남과 장녀의 경우 승계에 대한 미련을 버리며 회사를 떠났고, 그나마 경쟁 상대로 지목됐던 윤재훈 회장의 경우도 2015년 대웅그룹에서 알피코프를 계열분리해 독립했다. 사실상 2015년부터 오너일가 중 윤 CVO만 대웅그룹에서 근무하는 구조가 만들어짐에 따라 지배구조에도 더 이상의 변화가 생기지 않은 것이다. 

이런 가운데 윤 CVO가 대웅그룹의 공익재단법인인 대웅재단 이사장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도 지배구조를 유지할 수 있는 배경이 됐던 것으로 분석된다. 대웅재단은 대웅의 지분을 9.98% 보유하고 있는 2대 주주다. 장남인 윤재용 전 대웅제약 부사장(6.97%)과 장녀인 윤영 전 대웅생명과학 대표(5.42%)의 지분을 합치면 12.39%로 윤 CVO(11.61%)보다 높다. 그러나 윤 CVO가 대웅재단에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보니 다른 목소리가 나오지 않고 있단 게 재계의 시각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대웅그룹의 경영권 승계 문제는 윤재훈 알피코프 회장이 지분을 정리하면서 사실상 종결됐다"며 "윤 명예회장의 별세로 인한 특별한 변동이 생길 가능성이 매우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