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건우 기자] '3%룰', 상장사의 감사위원을 선출할 때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최대 3%로 제한하는 규정이다.

요지는 기업의 고착화된 지배구조 개선 및 소액주주의 권리 강화다.

2020년 상법 개정안이 통과된 후 감사위원 중 적어도 1명은 '감사위원이 되는 이사'로 다른 이사들과 분리선출하게 되면서 소액주주들이 최소 한 자리의 감사위원 몫을 가져가기에 용이해졌다.

'감사위원이 되는 이사' 1인 선출에 한해서는 최대주주측 우호지분을 모두 합쳐도 3%로 제한되기 때문에 소액주주들의 총의가 어느 쪽에 있느냐가 감사선임의 가결과 부결을 가르는 관건이 된다. 주주친화적인 기업일 경우 외부의 적대적 공격으로부터 강한 저항력을 가질 수 있는 반면, 소액주주들이 등을 돌릴 경우 적대적인 감사위원을 선임하게 될 수도 있다.

지배주주에 대한 견제 기능에 무게를 실은 만큼 반대급부로 경영권 안정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한다.

이 규정을 둘러싼 여러 논란과 비판이 존재하더라도, 일단 대의정치에 의해 정당성을 부여받은 이상 각 이해당사자들은 그 취지를 현실에 올바르게 구현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은 소액주주측에 감사위원 한 자리 내놓는 것을 치명적으로 여기며, 주주제안을 부결시키기 위해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적대적 M&A, 기업사냥꾼의 공격 등으로부터 회사가 취약해질 수 있다는 이유를 대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경영진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여러 문제점들, 예산 편성과 사용의 불투명성, 내부통제체계 허술함 등 외부인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요소들을 노출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크게 자리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일각에서의 주장처럼 감사위원 한 명의 공격으로 전체 경영상 크나큰 하자가 발생한다면 그것은 애초에 올바른 형태로 회사의 인적ㆍ물적 자원이 편성되지 않았음을 방증할 뿐이다.

물론 최선을 다해 의결권을 모아 주주제안에 대항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불법적인 방법이다. 대표적인 예로 차명주식을 이용한 의결권 행사가 있다. 지배주주측이 다수의 차명계좌를 운영해 지배주주 지분율 3%를 초과하는 의결권을 행사하는 경우다.

이 경우 소액주주들이 지배주주를 견제할 목적으로 결집해 표대결을 벌이더라도 지배주주 측을 이길 가능성이 거의 없다. 실제로 최근 코스피 상장기업 조광피혁은 4.05% 지분의 차명주식을 실명전환했는데 사업보고서 기준으로는 2017년부터 지분보유가 적용됐다. 그간 차명주식을 통한 의결권 행사가 충분히 가능했던 상황이다.

또한 대차거래를 통한 편법 지분늘리기 사례도 있다. 사조그룹은 지난해 임시 주주총회에 앞서 지인 2명에게 지분 3%씩을 대차해 의결권 지분을 6%를 늘려 표대결에 승리한 바 있다.

이렇듯 불법 및 편법을 활용한 의결권 행사로 3%룰을 무효화 하는 사례가 일부지만 발견되고 있고,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경우도 충분히 많을 것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유발하고  건전한 투자환경을 망치는 암적인 요인들이다.

결국 3%룰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차명주식의 존재 및 활용이 완전히 차단돼야 한다. 사전적으로 차명주식의 활용 징후 등을 감시하려는 유관기관의 노력이 필요하고, 부족하다면 제도적 보완이 수반돼야 할 것이다. 사후적으로는 실명전환된 차명주식에 대해 금융실명법, 자본시장법 등의 위반을 강하게 수사ㆍ처벌할 수 있어야 한다. 단순 과징금 수준에 그치는 봐주기 관행은 이제 끝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