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보람 기자] 올 상반기 원재료값 급등의 직격탄을 맞았던 삼양패키징이 하반기에는 개선된 실적 성적표를 받아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천정부지로 치솟았던 페트(PET) 및 화학섬유(폴리에스터)의 원료인 고순도 테레프탈산(Terephthalic Acid, TPA) 가격이 하락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덕분이다.

26일 중국 정저우상품거래소(ZCE)에 따르면 올 2분기 1톤당 128만원에 달했던 TPA 가격은 이달 들어 6.7% 떨어진 119만원으로 집계됐다. 월별로 보면 지난 5월 133만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6월에는 129만원, 7월 116만원으로 2달 연속 줄어들다 이달에는 소폭 반등했다.

TPA값이 조정기를 맞은 덴 모든 석유화학제품의 기초소재인 유가가 떨어진 영향이 컸다. 국제유가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월 말부터 폭등했고 3월 초에는 배럴당 120달러(15만원)까지 치솟았지만 26일 기준으론 96달러(12만원)로 고점대비 21% 하락했다.

석유화학업계는 TPA가격 하락이 곧 삼양패키징의 이익 증대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삼양패키징의 주력인 PET는 TPA와 '에틸렌글리콜(EG)'을 혼합한 PET 칩을 통해 만들어지는데 PET 칩 제조공정에 TPA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70%에 달한다. 삼양패키징의 영업이익 증감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재료가 TPA값인 것이다. 삼양패키징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44.2% 급감한 149억원에 그친 것 역시 이 기간 TPA 가격이 43.9% 확대된 것에 기인했다.

업계는 그간 삼양패키징이 벌여 온 자구안도 실적개선에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삼양패키징은 PET칩 가격 상승분을 상쇄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주요 제품들의 가격을 인상해 왔다. PET칩 사입부담이 줄어드는 시점부턴 이익률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놓은 셈이다.

삼양패키징의 새먹거리인 '아셉틱'사업 역시 회사의 수익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여지가 큰 편이다. 아셉틱은 무균화 된 용기에 음료를 충전하는 공법을 말하며 이를 사용하면 변질이 쉬운 음료를 용기에 구애받지 않고 생산할 수 있다. 특히 국내서 아세팁 용기를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은 삼양패키징, 동원시스템즈 등 소수에 불과한 터라 아셉틱의 마진율은 기존 PET 대비 3~4%포인트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업계는 다만 원재료 리스크가 온전히 해소된 수준은 아니란 점을 들어 삼양패키징의 실적 개선폭 자체는 크지 않을 것으로도 예상하고 있다. 실제 이달 TPA가격은 삼양패키징이 사상최대 영업이익을 낸 2020년(523억원) 당시(톤당 70만원)보다 69.9%나 높다. 중국과 인도를 중심으로 한 섬유(폴리에스터), PET 수요가 지속 확대되고 있어서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국제유가가 하락하는 상황인 만큼 석화제품 가격이 어느 정도 안정화 가능성이 커진 건 맞다"며 "다만 TPA의 경우 주요 시장에서의 수요 확대 영향으로 유가 대비 낙폭이 작은 상황이어서 삼양패키징이나 휴비스 등 TPA를 주 원료로 하는 기업들의 실적 개선세를 쉽게 예상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