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보람 기자] 1997년 개점 이래 충청권 1위 백화점 자리를 지켜 온 갤러리아타임월드점(타임월드)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작년 하반기 대전신세계 Art&Science점(대전신세계)이 문을 열자마자 선두 자리에서 내려온 데다 올 들어선 외형이 줄어드는 모습도 보이고 있는 까닭이다.

타임월드의 올 상반기 매출은 71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5% 감소했다. 지난 4월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백화점 업계의 매출 규모가 확대되고 있는 것과 반대된 양상이다. 이는 지난해 8월 대전신세계가 오픈한 것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타임월드는 대전신세계 출점 전까지는 대전·충청권지역의 맹주 역할을 해 왔다. 멀지 않은 곳에 롯데백화점 대전점이 있긴 했지만 매출규모는 타임월드의 25% 수준에 그쳤고 현대백화점과 신세계 등 업계 상위사업자의 점포도 없었던 덕이었다. 루이비통 등 사치품을 충청권에 한정해선 가장 많이 입점시키며 프리미엄 백화점 지위를 누린 것도 이에 한몫 했다.

하지만 대전신세계가 들어선 이후에는 상황이 급변했다. 대전신세계는 타임월드 대비 35.8% 큰 규모(영업면적 6만8380㎡·2만685평), 대전의 신시가지인 도룡동 부지 등을 앞세워 단 번에 가족단위·대전외 지역 소비자들을 끌어안았다.

이 덕분에 대전신세계는 작년 3분기(7월~9월) 중 8월 27일~9월 말까지만 영업을 했음에도 201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4분기엔 393억원을 벌어 타임월드(364억원)를 따돌렸다. 올 들어서는 지역 1위 백화점 자리를 유지한 것에 더해 경쟁사와의 격차도 벌리고 있다. 지난해 4분기 29억원 수준이었던 양 사간 매출격차는 올 1분기 42억원, 2분기 47억원으로 커졌다. 타임월드의 매출이 빠지는 동안 기대 이상의 판매 실적을 낸 덕분이다.

백화점업계는 이를 두고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이라며 타임월드는 향후 지역 1위 타이틀을 되찾기 보단 내실경영을 우선시해야 할 거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아울러 경우에 따라선 타임월드와 대전신세계가 윈-윈 할 가능성 또한 상당할 거란 전망도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 백화점이 들어선 만큼 타임월드의 매출이 일부 줄어드는 건 당연하다"며 "다만 한화솔루션 갤러리아부문의 경우 타임월드의 올 반기 매출 감소율(6.5%) 정도는 감내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만큼 현재의 매출 규모를 유지할 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고객구성을 보면 타임월드의 경우 지역민이 7할인 반면 가족단위 고객이 많은 대전신세계는 역외 비중이 과반을 넘어섰다"며 "이는 대전·세종·충남 뿐 아니라 전북 일부 지역까지 백화점 수요가 커졌단 의미로 타임월드가 신규고객 확보에 성과를 낸다면 대전신세계와 같이 웃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백화점 업계 일각에선 대전신세계가 매출에 이어 이익 규모에서도 타임월드를 앞지를 수 있을지를 관심사로 꼽고 있다. 타임월드가 10%대 영업이익률을 내는 것과 달리 대전신세계의 이익률은 올 상반기 기준 1.1%에 그치는 등 '영업의 순도' 를 보면 경쟁사에 크게 밀리는 까닭이다.

이는 신축건물을 쓰는 신규백화점의 특성에 기인했다. 건물 및 구축물, 사용권자산(리스자산·임차비용)에서 빠지는 감가상각비(237억원)가 판매비와 관리비(690억원)의 34.4%에 달해서다. 이에 대전신세계가 신세계그룹 내 타 백화점 수준의 이익률을 내기 위해선 수십 년 간 고정비가 될 감가상각비를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매출을 확대해야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