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강동원 기자] 교보증권이 1년반의 침묵을 깨고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합병 상장기회를 잡았다. 최근 스팩 시장이 호황기를 맞은 만큼 추가 실적이 기대된다. 

반면 교보증권이 기업공개(IPO) 대표주관을 맡았던 공백은 길어지고 있다. 시장 위축에 대형증권사로 딜(Deal)이 몰리는 현상이 심화하면서 중소증권사의 입지가 줄어들고 있어서다.

3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교보증권의 교보9호스팩은 다음달 7일 주주총회를 열고 게임업체 밸로프의 흡수·합병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지난 7월 한국거래소가 합병 상장예비심사(예심)를 승인한 데 따른 것이다. 합병 비율은 1대 48.357로 합병 가액은 2000원이다. 합병 기일은 10월 12일, 코스닥 상장일은 같은달 31일이다.

교보증권의 스팩 합병은 지난해 2월 원바이오젠 이후 1년 6개월 만이다. 합병 기업 물색에 난항을 겪으며 후속 실적을 쌓는 데 시간이 다소 소요됐으나 2014년 스팩 사업에 뛰어든 뒤 매년 1~2건의 스팩 합병에 성공한 기록을 잇는 모습이다. 상장 스팩 12개 중 8개가 합병에 성공했을 정도로 성공률도 높은 편이다.

수익도 쏠쏠하다. 교보증권은 교보9호스팩의 밸로프 합병으로 잔여 인수 수수료(50%) 1억3000만원과 자문 수수료 3억5000만원을 수령한다. 또, 합병 후 보유한 전환사채(CB)를 보통주로 전환할 시 밸로프 주식 100만주(2.02%)를 보유하게 된다. 보호예수(1년) 해제 뒤 주가 상승 여부에 따라 추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구조다.

스팩 시장이 호황기를 맞은 만큼, 추가 합병 가능성도 열려있다. 이날까지 스팩 합병을 통해 증시 입성에 성공한 기업은 10개로 지난해 전체 규모(15개)의 66%에 달한다. IPO 시장이 위축되면서 상대적으로 증시 입성 문턱이 낮은 스팩에 관심이 쏠린 탓이다. 교보증권은 현재 교보10·11·12호스팩을 보유, 합병 기업을 찾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IPO 시장에서 교보증권의 실적 공백기가 길어지는 점은 부담이다. 최근 IPO 시장이 위축되면서 대형증권사로 딜이 몰리는 현상이 심화하고 있어서다. 상반기 IPO 대표주관 실적 상위권도 KB·한국투자증권 등이 차지했다. IPO 이후 유상증자 주관 등 수익 창출원이 많지만, 관련 실적이 부족한 중소증권사가 IPO 딜을 따내기는 힘든 상황이다.

교보증권의 마지막 IPO 대표주관은 지난 2020년 위세아이텍이다. 지난해 이성씨엔아이·토마토시스템의 상장 업무를 맡았으나 코넥스 상장이었다. 지난 3월 탈로스와 IPO 대표주관 계약을 체결하며 기대감을 키웠지만, 탈로스 역시 2023년 코넥스에 입성한 뒤 코스닥 이전상장을 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교보증권은 지난해 초 주식발행시장(ECM) 조직개편으로 IPO 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였다. 당시 교보증권은 IB사업부를 2부문 5본부에서 1부문 4본부 체제로 개편하고, NH투자증권 출신 오세민 상무를 ECM 본부장(이사)으로 선임했다. 조직개편 3년 차를 앞둔 만큼, 의미 있는 실적 달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스팩 상장·합병 사업은 위험요소가 적고 안정적인 수익원을 마련할 수 있지만, IPO 사업과 비교해 규모는 작다"며 "시장 위축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지난해 조직개편 성과를 입증하기 위해서라도 구체적인 실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