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공도윤 기자] 금융위원회가 공모펀드 활성화와 운용 책임강화를 위해 내세운 '성과연동형 운용보수제'에 자산운용업계는 현실적으로 시행이 어렵다고 토로한다. 사모펀드 특성에는 맞지만 공모펀드는 투자업계 정서상 한번 낮춘 보수를 성과에 연동해 올리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이다. 2017년에도 성과보수 공모펀드를 출시했지만 투자자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는 평가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공모펀드 활성화를 위해 연내 성과연동형 운용보수제를 도입하고, 시행하는 공모펀드 운용사에게는 인센티브를 부여하기로 했다.

성과연동형 운용보수제는 미국의 성과보수(Fulcrum Fee) 체계를 따른 것으로 펀드 운용역이 기준지표 대비 초과성과나 저성과 발생시 대칭적으로 운용수수료를 가감(Fulcrum, 지렛대) 하는 것을 말한다. 성과연동형 운용보수제를 도입한 운용사는 분기나 반기 등 정기적으로 공모펀드가 기준지표(벤치마크)대비 얼마나 성과를 냈는지 측정하고 기준지표와 비교해 초과성과나 저성과가 발생하는 경우 일정 한도 내에서 운용보수를 대칭적(+,-)으로 산정·수취할 수 있다. 쉽게 말해 초과 성과를 내면 운용보수를 더 받고, 성과가 안좋으면 보수를 낮춰 받는 식이다.

국내에서는 사모펀드 운용사들이 성과연동형 운용보수제를 도입해 이용하고 있다. 일정 기준 이상 수익률이 올라가면 추가로 수익률을 더 받는 구조다. 자산운용업계는 제도 도입 취지는 좋으나 공모형펀드 시장 상황이나 투자자의 특성을 고려할 때 활성화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도 성과연동형 운용보수를 적용한 공모펀드를 출시한 바 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며 "고객이 펀드를 선택할 때 수수료는 따져봐야 할 사항 중 하나이지만 운용수수료가 펀드 선택의 결정적 사항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다른 운용업계 관계자는 "채권형 펀드의 경우 금리가 하락하면 운용매니저나 판매사가 받는 보수나 수수료가 낮아지는 구조이지만 금리가 올랐다고 해서 보수나 수수료를 더 받을 수는 없다"며 "이론적으로는 시장 상황이 좋은 경우 운용사가 추가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고, 고객 입장에서는 시장 상황이 안 좋은 경우 운용 성과에 따라 수수료를 덜 내는 효과를 볼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적용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참고로 공모펀드의 보수(총 보수)는 운용, 판매, 수탁, 사무관리 등을 모두 포함한 것을 말하며 실질적으로 투자자들은 총보수에 기타비용, 판매수수료를 내게 된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주식형펀드의 경우 보수는 최소 0.012%에서 최대 2.610%까지 차이를 보이며, 운용보수는 0.001%~1.1% 수준이다. 채권형펀드는 보수가 더 낮아 운용보수만 놓고 보면 0.01~0.095% 수준이다.

사모펀드의 경우 성과보수 기준을 넘어서는 경우 떼어가는 초과수익비율이 20~30%로 높지만 공모펀드는 판매되는 모든 펀드들의 운용보수와 투자 포트폴리오가 공개되다 보니 일방적으로 높은 보수를 부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성과연동형 운용보수 시행이 자칫 장기투자문화 정착을 방해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역사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낸 공모펀드들은 장기투자를 통해 이뤄낸 성과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며 "공모펀드 활성화를 위해서는 최소한 3년이나 5년 단위로 운용성과를 평가하는 장기투자 문화가 정착돼야 하는데 성과연동형 운용보수 도입은 자칫 단기운용 평가를 우선 시 하는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