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호연 기자] 한국투자부동산신탁의 차입형토지신탁 사업이 올해 상반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기준금리 상승으로 부동산 시장 침체가 본격화하면서 차입형토지신탁의 수요 증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차입형토지신탁 사업의 급성장으로 한투부동산신탁의 올해 상반기 실적은 본궤도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는다. 회사를 이끌고 있는 이국형 대표의 입지도 지난해보다 안정감이 더해지며 연임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한투부동산신탁의 올해 상반기 별도기준 매출액은 165억원으로 전년동기(73억원) 대비 125.5%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77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8억원)보다 838.9% 급증했다. 당기순이익 역시 8억원에서 72억원으로 약 9배 불어나며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
회사의 실적 성장세는 지난해 11월 차입형토지신탁 수주가 가능해진 신생 부동산신탁 3사 중에서도 단연 돋보인다. 전년동기 대비 매출 증가율(125.5%)은 올해 상반기 3사 중 가장 많은 매출액을 달성한 신영부동산신탁(229억원, 78.5%)보다 높다. 영업이익 증가율(838.9%)도 신영부동산신탁(95억원, 132.6%)을 압도한다.
한투부동산신탁의 수익성이 눈에 띄게 개선된 것은 차입형토지신탁 사업 수익을 본격 반영하며 신탁보수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수수료수익 143억원 중 토지신탁보수는 92억원으로 64.3%를 차지한다. 지난해 상반기(37억원)보다 150.7% 증가하며 전체 수수료수익 증가를 견인했다. 이자수익 역시 지난해 상반기 5억원에서 올해 15억원으로 3배 불어났다.
차입형토지신탁은 신탁사가 사업주체로 직접 자금을 조달하는 대신 이자수익 등 신탁보수 이외의 수익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 차입형토지신탁이 한투부동산신탁의 올해 상반기 토지신탁보수 증가를 이끌었다고 유추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처럼 차입형토지신탁 사업이 확대된 것은 부동산 시장의 불안요소로 지목된 국내 기준금리 인상 등이 오히려 호재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간 대부분의 부동산 개발사들은 증권사와 캐피탈사, 저축은행, 새마을금고 등에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을 받아 사업비를 조달했지만 최근 금리 상승에 이들 금융회사가 PF대출 창구를 닫아버리면서 상황이 180도 바뀌어버렸다. 오히려 신탁사의 차입형토지신탁 이자율이 PF 대출금리보다 낮아지는 현상도 나타났다. 과거에도 개발 시장이 불황에 진입할수록 차입형 토지신탁의 수요는 늘어나는게 일반적이었다.
한투부동산신탁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출범 2년을 넘기면서 차입형토지신탁 사업 수주가 가능해졌다"며 "금융권에서 부동산 침체를 의식해 부동산 PF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이자부담이 커졌고 일부 건설사들이 자체개발사업을 토지신탁사업으로 돌리는 경우도 더러 있다"고 설명했다.
한투부동산신탁의 실적 개선이 이어지며 이국형 대표의 사내 입지도 이전보다 탄탄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는 지난해 임기를 연장하는 데 성공했지만 지주사인 한국투자금융지주 내에서 회사의 성장세가 더디다는 평가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상반기 실적이 호조를 보이면서 내년 임기 연장에 청신호가 켜졌다.
부동산신탁업계 관계자는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주요 주주로 참여한 카카오뱅크 등의 성공을 경험하면서 한투부동산신탁에게도 같은 잣대를 적용하다보니 이 대표에게 직·간접적인 실적 압박이 있었다"며 "다소 시간이 걸렸지만 실적이 본궤도에 오르며 지주사 내에서도 이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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