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한라는 올해 상반기 '영천 조교동 민간임대주택 신축공사'의 공정률을 5.95%로 인식했다. 이 사업은 경상북도 영천시 조교동 352번지 일원에 지하 1층~지상 20층, 9개동, 510가구의 아파트와 부대시설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시행사 거목이 발주한 사업으로 도급액은 770억원이다.

이 사업의 계약은 2020년 1월 체결됐다. 지난해 4월 착공과 분양을 진행하고 2023년 5월 준공할 계획이었지만 사업이 다소 지연되면서 실제 착공은 지난해 7월 이뤄졌다. 준공 예정 시기도 7개월 미뤄진 2023년 12월이다. 예상 공사기간 역시 26개월에서 30개월로 늘어났다.

주목할 점은 공정률이 6% 수준에 불과하지만 이미 16억원의 미청구공사액을 전액 손실충당금으로 인식했다는 점이다. 미청구공사액은 일반적으로 시공사가 공정률을 초과해 공사비를 투입한 경우 발생한다. 시공사가 이미 초과해 공사비를 지출했더라도 발주처가 공사비 초과 사유를 인정하지 않을 경우 미청구공사액으로 인식한다. 공정률이 일정한 단계에 도달했음에도 발주처가 공사비를 지급하지 않았을 때에도 미청구공사액이 발생하며 이 경우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라의 '영천 조교동 민간임대주택 신축공사'에서 발생한 미청구공사액은 시행사인 거목이 한라가 선투입한 공사비용을 정당한 공사비 초과 사유로 인정하지 않아서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시행사와의 협의 과정에서 초과된 비용에 대한 합의가 원만히 종결되지 않으면서 전액 손실충당금으로 설정한 것으로 보인다. 

한라 관계자는 "한라가 착공 전 사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추가적인 비용 지출이 있었다"며 "일련의 비용을 미청구공사비용으로 인식했고 회수가 어렵다고 판단해 손실충당금으로 미리 인식했다"고 설명했다.

건설업계에선 이번 사례가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업이 착공일 대비 공정률도 낮은 편인데다 공사 초반부터 손실충당금을 설정하고 있어 이례적"이라며 "시공권 수주 등 사업을 추진하는 초기 과정에서 시행사와의 협의가 원만히 이뤄지지 않으면서 이런 현상이 나타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번 손실충당금의 경우 사업장의 공정률이 6%에 머물러 있는 만큼 추후 협의를 통해 영업외수익으로 환입 가능하다. 한라 관계자는 "시기를 확정하기엔 이르지만 미청구공사액 규모가 작고 공사 초반인 만큼 추후 환입을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