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수빈 기자] 삼성디스플레이가 미국 애플의 아이폰14 시리즈에 역대 가장 많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물량을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삼성디스플레이는 아이폰13 시리즈에 이어 80%가 넘는 압도적인 패널 공급 점유율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애플이 아이폰14 시리즈 출시와 함께 공급사 다변화에 나선 만큼 삼성디스플레이는 OLED 패널 재료 변화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아이폰14 시리즈에 7000만장의 모바일용 OLED패널을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 알려진 아이폰14 시리즈의 초도 물량은 9000만대 수준으로, 삼성디스플레이는 역대 가장 많은 물량을 공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아이폰용 패널 점유율은 압도적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17년 출시된 아이폰X에 OLED 패널 공급을 시작해 지금껏 꾸준히 애플의 주요 공급사 자리를 지켜왔다.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플라이체인컨설턴트(DSCC)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의 아이폰14 OLED 패널 점유율은 82%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해 아이폰13 OLED 패널 점유율인 73% 보다 9%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점유율은 증가했지만 애플이 고객사 다변화에 나선 점은 삼성디스플레이에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애플이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 BOE로부터 아이폰14 OLED 패널 물량 중 6% 가량을 공급받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아이폰13까지만 해도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7대 3의 비율로 OLED 패널 물량 대부분을 공급했다. 또 다른 공급사였던 BOE가 아이폰13에 탑재될 OLED 설계를 임의로 변경하면서 배제된 탓이다.

하지만 애플은 단일 공급사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줄여 가격 협상력을 높이려는 전략으로 다시 BOE와 손을 잡은 것으로 분석된다. BOE를 배제할 경우 삼성디스플레이에 대한 의존도가 더욱 높아져 납품 기준이나 가격 협상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애플은 이번 아이폰14 시리즈부터 다시 BOE의 OLED 패널을 공급받게 됐다.

BOE의 공급망 합류로 삼성디스플레이는 기술적 차별화가 중요해졌다. 중국 업체들이 막대한 정부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업고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에서 한국을 추격한 것처럼 OLED 패널 시장에서도 빠르게 입지를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삼성디스플레이는 OLED 패널에 최신 기술 탑재를 서두르고 있다. OLED 패널을 구성하는 각 소재들은 성능과 수명을 결정하는 중요 요인으로, 삼성디스플레이는 OLED 패널 재료 세트를 업그레이드해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유비리서치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아이폰14에 기존 'M11'에 더해 최신 재료 세트인 'M12'를 함께 공급한다. 

M12는 저온다결정산화물(LTPO) 기술을 적용해 저온다결정실리콘(LPTS) 방식인 M11에 비해 전력 효율이 높고 배터리 성능도 높이는 신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M12는 기술적 난이도가 높아 다른 업체들의 추격도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기존 재료 세트인 M11은 아이폰14 일반 모델에, M12는 프로(Pro) 모델에 탑재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이 한국의 OLED 패널 기술을 따라잡기에는 격차가 크다"면서 "하지만 LCD처럼 저가 공세를 펼치면 한국 업체들의 경쟁력이 약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 업체들의 추격을 따돌릴 수 있는 건 기술력 뿐"이라고 덧붙였다.